# “나는 기계가 아닌데, 다른 사람들은 어찌 그리 태연한 걸까…”
지난해 음원차트 조작 의심 아티스트를 실명 저격해 화제가 된 아이돌 그룹 ‘블락비’ 멤버 박경이 내놓은 신곡 가사다. ‘기계’라는 표현을 통해 음원 사재기, 반복 재생 같은 스트리밍 작업으로 이뤄지는 차트 조작 논란을 재치있게 겨냥했다.
‘공정’이 음악 플랫폼의 새로운 화두로 떠올랐다. 실시간으로 집계·발표돼 음원 유통에 큰 영향력을 미치는 차트가 불공정하다는 논란에 소비자들도 등을 돌리고 있어서다. 각 플랫폼 업체들은 차트 산정 방식은 물론 음원 추천 알고리즘, 수익 분배 방식도 개선하겠다고 밝히며 여론 진화에 나섰다.
SK텔레콤(017670)이 운영하는 음악 플랫폼 ‘플로’는 1시간 단위로 산정되는 기존 실시간 차트를 폐기한다고 18일 밝혔다. 실시간 차트는 음원 대량 구매 등 단시간 내에 발생하는 외부적 요인에 의해 왜곡이 일어날 수 있어 실제 대중의 관심과 동떨어진 순위라는 지적을 받았다.
플로 측은 최근 24시간 누적 데이터를 기반으로 AI(인공지능)와 머신러닝 기술을 도입해 공신력을 높인 형태의 ‘플로차트’를 대안으로 제시했다. 공신력을 보장하기 위해 ‘수상한’ 사용자를 구별해내는 기술이 핵심이다. 청취 데이터를 빅데이터 기술로 분석해 비정상적인 청취 패턴을 보인 사용자를 구별하고 이를 순위 산정 대상에서 제외시킬 방침이다.
신보 마케팅에서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는 화면 배치에서도 편집권을 내려놓는다. 사용자 취향을 분석해 첫 화면 상단 최신앨범 소개 부분을 개인화한다는 계획이다. 이기영 플로 운영사 드림어스컴퍼니 대표는 “데이터와 기술로 소비자 취향을 다양한 방식으로 해석할 수 있게 된 만큼 1시간 단위 재생수로 경쟁하며 음악 소비문화를 지배한 기존 실시간 차트는 유효기간이 다했다고 본다”고 말했다.
아티스트에 수익이 분배되는 방식의 공정성을 되묻는 움직임도 있다. 네이버의 음악 플랫폼 ‘바이브’는 이용자가 실제로 들은 횟수를 기준으로 아티스트에게 스트리밍 요금을 지급하는 새로운 정산 시스템을 도입하기로 했다.
그간 국내 음원 사이트는 전체 음원 재생 수에서 특정 음원의 재생 수가 차지하는 ‘비중’을 계산해 음원 사용료를 정산하는 비례배분제를 채택했다. 예를 들어 한 아티스트의 음원이 1,000번 재생됐고, 전체 음원 재생 수가 1만번이라면 음원 재생으로 발생한 수익의 10%를 이 아티스트가 가져가는 방식이다. 전체 재생 횟수가 늘어날수록 팬덤이 두터운 인기 아티스트의 수익은 증가하지만, 재생 횟수가 일정한 인디 아티스트가 차지하는 비율은 상대적으로 떨어지며 수익 역시 감소하게 된다. 바이브가 도입한 결제 시스템은 비율을 따지지 않고 일일이 재생 횟수마다 수익을 곱해 지급하겠다는 것이다.
조작 논란으로 홍역을 치른 국내 음악 플랫폼 업계 지각변동은 현재진행형이다. 국내 1위 플랫폼인 ‘멜론’ 이용자 수는 지난해 12월 기준 682만여 명(아이지에이웍스 기준)으로 연초와 비교해 61만명이 감소했다. 한때 60%를 웃돌았던 멜론의 시장점유율은 지난 2월 38.6%(코리안클릭 기준)로 40%선마저 무너진데 이어 2·3위인 지니(25.7%), 플로(17.7%)와 격차를 크게 좁혔다.
/오지현기자 ohjh@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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