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글로벌 금융시장이 흔들리며 원·달러 환율이 급등하자 달러채 만기가 임박한 기업들이 바짝 긴장하고 있다. 환 헤지에도 불구하고 급격한 환율 상승으로 달러채 상환으로 인한 환차손이 불가피한데다 금융시장 불안에 만기 연장도 어려운 상황이다.
19일 재계와 금융권에 따르면 기업들이 올 한 해 상환해야 할 달러채 규모는 31억5,470만달러(약 4조698억원)에 달한다. 그나마 상반기에는 2억5,750만달러에 불과하지만 하반기에는 CJ글로벌·두산인프라코어·롯데쇼핑 등의 대규모 상환이 예정돼 있어 환율 급등세가 유지될 경우 부담이 될 수 있다.
당장 다음달 13일 만기가 도래하는 LS전선의 달러채는 5,000만달러 규모다. 지난 2017년 4월13일 발행일 당시 최종 고시한 매매기준율인 달러당 1,131원50전을 기준으로 이날 환율로 계산하면 회사가 원금과 이자를 제외하고도 환율 변동으로 추가로 마련해야 할 돈은 79억원이 넘는다. 다음달 12일이 만기인 500만달러 달러채를 갚아야 하는 팬오션도 8억원가량의 환차손이 발생한다. 만기일을 오는 5월까지 넓혀 보면 선진과 한화갤러리아·금호P&B화학 등도 급격히 변동한 환율에 긴장할 수 밖에 없다. 이에 대해 LS전선 관계자는 “해당 달러채에 대해서는 통화스와프 드을 통해 환 헤지를 해둔 만큼 손실이 발생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다만 외환시장이 유동적인만큼 다양한 방법으로 자금 조달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팬오션도 미리 준비한 내부 보유자금으로 상환할 계획이다.
하지만 원·달러 환율이 예측범위를 벗어날 경우 기업들은 대책이 없다. 통상 기업들의 달러채 자금은 파생상품 가입 등을 통해 환 리스크를 줄이지만 환율이 급격하게 변동할 경우 리스크 헤지 범위를 벗어나게 된다. 2008년 리먼브러더스 사태처럼 환율이 1,500~1,600원 선을 넘나들어 환차손 쇼크를 입은 기업이 잇따랐던 것도 이 때문이다.
금융기관 관계자는 “완벽한 환 헤지는 기업 입장에서도 비용 부담이 너무 크기 때문에 실질적으로 불가능하다”며 “현재 원·달러 환율은 코로나19라는 돌발변수에 따른 결과인 만큼 기업들이 (현 환율 수준을) 예측범주에 넣기는 어려웠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수민·한동희기자 noenemy@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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