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닥에 상장된 A사는 최근 국내 증시를 뒤흔들고 있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과 관련한 마스크 테마주로 부각되며 주가가 롤러코스터를 탔다. 몇 년간 3,000~4,000원 수준에 머물던 A사의 주가는 국내에서 첫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한 지난 1월20일 상한가를 기록하더니 2월3일에는 장중 1만1,150원까지 치솟았다. 주가가 널뛰기를 거듭하자 급기야 회사 측이 “마스크와 관계가 없다”며 직접 해명에 나섰고 이후 주가는 급락해 코로나19 사태 이전으로 돌아갔다.
코로나19 사태 발생 두 달여. 감기처럼 가볍게 지나갈 것으로 생각됐던 이 질병이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으로 확산하며 직격탄을 맞은 국내 증시는 30% 넘게 폭락했다. 장 전반에 공포가 퍼진 가운데 투자의 정석처럼 여겨지는 가치투자는 오간 데 없고 A사 같은 테마주만이 시장을 휘젓고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국내 첫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온 후 이달 12일까지 코로나19 테마주 30종목의 평균 주가등락률은 53.72%로, 시장 전체 주가등락률에 비해 두 배 이상 컸다. ★관련기사 8면
테마주는 동일한 재료에 기반해 주가가 등락한다. 특정 뉴스나 루머에 따라 함께 오르고 함께 빠지는 식이다. 가장 널리 알려진 테마주는 특정 정치인에 기댄 ‘정치 테마주’지만 코로나19와 같은 질병과 날씨(황사·미세먼지 등), 계절(여름·겨울), 근무패턴(원격근무), 산업(5G·2차전지·수소차) 등 종류도 다양하다. 코로나19에 따른 증시 침체가 길어지며 최근에는 전에 없던 테마주들도 나타나고 있다. 마스크를 시작으로 진단키트와 음압병실·원격근무 등에 이어 최근에는 백신주를 띄우려는 움직임도 강하다. 테마주는 개인이 매수 세력으로 나서고 주가는 단기 상승했다가 이내 원점으로 돌아가는 것이 법칙이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악의적으로 주가를 조작하는 세력이 결탁하는 경우도 많아 결국 손실은 개인투자자들이 뒤집어쓰는 일이 허다하다.
상장사의 결산시즌과 최대 정치 이벤트 중 하나인 총선이 다가올수록 테마주는 활개를 칠 것으로 전망된다. 보통 12월 결산법인의 감사보고서 제출기한이 다가오는 3월은 한계기업과 관련한 테마주 피해가 급증하는 시기다. 주로 실적이나 재무구조가 취약한 기업에서 감사보고서 제출기한이 임박해 특별한 이유 없이 주가와 거래량이 급변하고 결산실적이 악화하거나 관리종목 지정사유 발생 등 악재성 공시에도 주가와 거래량이 같이 오르는 비정상적인 흐름이 발생한다. 이 역시 대부분 투기세력이 주가 띄우기를 목적으로 사이버상 허위정보나 과장성 풍문을 유포한 경우다.
한 달도 채 남지 않은 총선 역시 테마주가 기생하기에는 더없이 좋은 환경이다. 하지만 2017년 대선 당시 금융당국이 정치 테마주 16개를 분석한 결과 여기에 투자한 개인투자자 중 72%가 손실을 본 것으로 나타났다. 남길남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코로나19 테마주에 이어 총선시즌이 다가오며 유력 정치인들과 특수한 인연이 있다고 여겨지는 기업의 주가가 급등락하는 경향이 강해질 수 있다”며 “개인투자자들은 부정거래 특징을 숙지해 추종매매를 자제하고 기업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양사록·신한나기자 saro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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