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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대한민국에서 혁신이 안되는 이유? 타다를 위한 3가지 변명[썸오리지널스]

4월 10일 서비스 공식 종료하는 '타다'

혁신성 논하기 전에 혁신에 대한 오해부터 풀어야

VCNC측 "이제 어떠한 도전도 하기 어려울 수도"







지난 1년 5개월간 이용자들의 호평 속에서 서울 시내를 누볐던 ‘타다’가 4월 10일 시동을 끕니다. “혁신을 빙자한 사기꾼”이라는 비판 속에 일명 ‘타다금지법(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했기 때문입니다. 법안 통과 직후 타다 측은 “누군가는 혁신에 도전해야 하는데 사기꾼, 범죄집단으로 매도당하면서 누가 도전할지 모르겠다”는 말을 남긴 채 서비스 종료를 선언합니다.

이렇듯 타다 논란의 핵심에는 ‘타다가 과연 혁신적이냐’라는 질문이 있습니다. 타다를 혁신으로 보는지, 아닌지에 따라 생각이 크게 엇갈리는 겁니다. 타다가 혁신적이지 않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타다가 법망을 피해 가는 꼼수라며 불쾌해했고, 타다가 혁신이라고 믿는 사람들은 ‘합법’ 판결까지 받은 혁신이 정치인들의 표 욕심에 발목 잡힌 것이라며 분노합니다. 타다는 과연 혁신일까요, 꼼수였을까요.



타다의 혁신성을 따져보기 위해서는 혁신에 대한 오해부터 풀어야 합니다. 첫 번째 오해는 많은 사람들이 ‘혁신’이 무언가 착하고 아름다운 결말을 가져다주리라 믿는 것입니다. ‘혁신을 통해 모두가 행복해지는 장밋빛 미래’ 같은 걸 꿈꾸는 거죠. 하지만 사실 혁신이란 굉장히 파괴적인 활동입니다. 기존 질서를 뒤흔들고 무너뜨려 아예 완전히 바꿔놓곤 합니다. 경제계에 ‘혁신’이라는 단어를 처음 가져온 경제학자 조지프 슘페터는 이를 ‘창조적 파괴’라고 불렀습니다. 애플의 아이폰이 창조적 파괴의 대표적 사례일 겁니다. 아이폰은 피처폰 위주로 형성됐던 휴대폰 시장에 ‘퍼펙트 스톰’을 불러와 기존의 질서를 모두 파괴했습니다. 10년도 채 되기 전에 휴대폰 시장은 스마트폰 체제로 완전히 재편됐고, 당시 괜찮은 휴대폰을 만들던 노키아와 블랙베리, 팬텍 등의 기업이 변화를 따라잡지 못해 차례차례 문을 닫았습니다.

이런 혁신의 파괴력을 볼 때 타다의 등장이 기존 택시 시스템과 자격 제도를 뒤흔든다고 해서 ‘불법’의 딱지를 붙이는 것은 분명 부적절해 보입니다. 사실 택시 운전 자격증은 1970년대 택시를 포함한 차량이 대폭 늘어나던 시기 교통사고도 덩달아 많아지자 최소한의 질서를 유지하기 위해 시작된 제도입니다. 한때는 1년만 무사고여도 면허를 줬다는데, 타다가 기존 제도를 무력화시킨 사기꾼 범죄집단이라고 매도하는 것은 지나친 비판 아닐까요.



두 번째 오해는 혁신이 무언가 기존에 없는 새로운 제품·서비스를 만들어내는 활동이라고 한정 짓는 일입니다. 슘페터는 혁신(신결합)의 종류로 △새로운 상품의 창출 △새로운 생산방법의 개발 △새로운 시장의 개척 △새로운 원자재 공급원의 발굴 △새로운 조직의 출현을 말했습니다. 즉, 새로 제품을 발명하는 것뿐 아니라 새로운 방식을 도입해 낡은 생산 과정에 충격을 주는 것도 혁신이라는 겁니다. 슘페터의 기준에서 볼 때 타다 서비스는 분명 혁신에 가깝습니다. 극단적으로 말해 4인용 승용차 위주로 운영되던 택시 시장에 11인승 승합차를 도입한 것만 해도 혁신적이죠.

특히 타다를 이용해본 사람들이라면 타다가 일군 서비스 혁신에 대해 체감했으리라 생각합니다. 승차 거부 등의 불쾌함 경험으로 택시 이용을 꺼렸던 사람들에게 타다를 이용하는 경험은 혁신적이었습니다. 낯가림이 심해 기사 분들이 하시는 농담이 불편했던 사람, 5명이 택시로 이동하려다 싫은 소리를 들은 경험이 있는 사람, 피곤해서 택시를 탔는데 낡고 지저분한 내부에 오히려 마음이 어수선해졌던 사람들에게도 타다는 혁신적이었을 겁니다. 한 마디로 택시는 기사의 성향에 따라 이용자 경험의 품질이 천차만별일 수 있지만, 타다는 100% 확률로 쾌적함을 제공합니다.



타다의 서비스 혁신은 스타벅스의 사례와 유사합니다. 스타벅스는 바리스타라고 불리는 매장 점원과 고객이 서로 교감하며 새로운 커피 문화를 경험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커피에 관한 경험을 재창조한 회사로 꼽힙니다. 타다가 콜택시와 마찬가지인 호출 기술을 쓴다는 이유로 혁신이 아니라고 한다면 커피를 발명하지도 못한 스타벅스 역시 혁신 기업이라고 볼 수 없을 겁니다.



타다의 기술이 혁신적이지 않다는 비판에 대해서도 반론은 있습니다. 보통 ‘기술이 혁신적’이라는 표현은 해당 기술로 인해 관련 산업의 생산성과 효율성이 높아질 때 씁니다. 타다는 앞으로 축적될 데이터를 활용해 운송 수요를 예측하고 택시업계의 고질적 문제였던 비효율성을 줄이겠다는 뚜렷한 목표가 있었습니다. 사실 서울 지역에 있는 250개 택시 회사의 차량 가동률은 평균 60%가 채 안 됩니다. 나머지 40%는 손님을 태우지 못한 채 놀고 있다는 의미죠. 택시가 이토록 많은데도 승차 거부가 일어나는 것은 수요가 출퇴근 시간이나 야간 등 특정 시간에만 폭증하기 때문입니다. 온종일 손님 태우기가 힘들었던 기사들은 수요가 폭증하는 순간이라도 최고의 수익을 꾀하려고 애씁니다. 그래서 가까운 곳으로 가자고 하면 승차를 거부하거나 눈살을 찌푸리는 상황이 반복되는 겁니다.

타다, 아니 대부분 모빌리티 사업자들이 주목하는 지점은 바로 이것일 겁니다. 데이터를 축적해 정확한 수요 예측을 할 수 있다면 적은 수의 차량으로도 훨씬 효율적인 운영이 가능하다는 겁니다. 타다가 차량 가동률을 지금의 60%보다 더 높일 수 있다면 이것이 혁신이 아니고 무엇일까요. 이런 관점에서 볼 때 타다는 그저 자동차를 저렴하게 이용하고 싶은 사람들과 기름값을 아끼고자 했던 사람들의 ‘매칭 서비스’에 불과했던 초창기 우버(Uber)보다도 훨씬 혁신적입니다. 다만 우버는 세계를 대상으로 계속 데이터를 축적해 수요 예측을 할 길을 열어가고 있는 반면 1,500대의 카니발을 운영하며 데이터를 쌓아가던 타다는 이번 법 개정으로 기회를 박탈당한 것이 차이겠죠.



어찌 보면 끝없이 이어지던 타다 논란은 타다가 너무 혁신적인 모빌리티 사업이었기 때문에 벌어진 일이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즉, 타다는 1960년 도입된 이래 60년 가까이 유지돼왔던 ‘저렴한 택시 서비스’와 지나치게 충돌하는 서비스였습니다. 사실 택시 시장은 말이 시장이지 시장 논리가 전혀 통하지 않는 완전한 통제 시장입니다. 기본요금을 올릴 때에도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기에 한국의 택시 요금은 세계 여느 선진 도시와 비교해도 저렴하죠. 정부는 국민들이 계속 저렴한 택시를 이용할 수 있도록 요금을 통제하는 대신 면허 총량제나 유류비 지원 등의 각종 보조를 해주며 기사들이 먹고살 길을 열어줬습니다. 하지만 타다는 이 통제된 요금 체제에서 벗어나 기본요금도 올리고 수요가 높은 혼잡 시간대에는 요금을 탄력적으로 운영하는 방식을 택했습니다. 그렇잖아도 정부의 지나친 가격 통제에 불만이 있던 택시 기사들이 타다에 반발하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었던 겁니다.



하지만 타다가 혁신적이기 때문에 ‘타다금지법’은 부당하다는 식의 해석 또한 부적절해 보입니다. 혁신은 파괴적이기에 때로는 많은 사람들을 불행하게 할 수도 있습니다. 그렇기에 이번에는 혁신 대신 안정을 택한 것으로 봐야 합니다. 다만 일부 정치인들이 타다를 향해 “혁신이 아닌 사기”라고 몰아간 것은 분명 아쉬운 태도입니다. 선구자들이 핍박받는 상황은 뒤따르는 숱한 혁신가들을 주춤하게 할 테니 말입니다. 부디 다음 번에는 ‘혁신’이 제대로 평가되기를 바라봅니다.
/글=김경미기자·제작=정수현기자·촬영=김한빛인턴기자 kmki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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