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증시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영향으로 폭락을 거듭하자 국내 투자자들이 이달들어 미국 주식을 36억달러어치 이상 대거 팔아치운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초만해도 미국 증시는 다우 지수가 역대 최고치를 경신하면서 국내 투자자들 사이에서 미국 주식 매수 열풍이 불었다.
22일 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이달 국내 투자자의 미국 주식 거래량은 매수량과 매도량 모두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달 19일 기준 미국 주식 매수액은 38억달러, 매도액은 36억달러를 했다. 매수액과 매도액은 올해 들어 최소치인 2억달러에 불과한 차이를 보였다. 지난달에 비해서도 매수액은 4억달러 늘어난 데 그친 반면, 매도액은 7억달러나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투자자들은 상장지수펀드(ETF)를 중심으로 매도에 나선 것으로 나타났다. 매도액이 가장 컸던 종목은 미국 20년 국채에 투자하는 ‘ISHARES LEHMAN 20+ Y’로 이달 매도액은 2억3,966만달러에 달해 매수액(1억3,533만달러)보다 77% 높았다. 미국 달러 표시 우량등급 회사채에 투자하는 ‘iShares iBoxx USD Investment Grade Corporate Bnd’의 매도액은 1억5,500만달러에 달해 매수액인 6,322만달러와 두 배 이상 차이를 보였다. 코로나19 발원지인 중국기업인 알리바바 역시 거래 순위가 30위까지 밀렸다. 매도액이 2,589억달러를 기록한 반면 매수액은 1,472억달러에 불과했다. 반면 나스닥 하락장에 3배 ‘베팅’하는 상품인 ‘PROSHARES Ultrapro Short Qqq’ 매도를 통해 수익을 챙긴 투자자들도 있다. 해당 종목의 매도액은 1억6,682만달러로 매수액(1억6,138만달러)보다 높았다. 김일혁 KB증권 연구원은 “움츠러든 투자심리가 일순간에 회복되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빠르게 하락한 만큼 다중 바닥을 형성한 후에 반등할 가능성이 높아 단기적으로 과도한 낙관은 경계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한편 국내 투자자들은 개별 종목에 대해서는 저가 매수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가장 거래금액이 컸던 애플의 경우 매수액은 3억4,121만달러로 매도액인 1억4,660만달러보다 두 배 이상 높았다. 테슬라 역시 반등에 베팅한 투자자들이 더 많았다. 테슬라의 매수액은 2억2,188만달러를 기록한 반면 매도액은 2억50만달러를 기록했다. /신한나기자 hanna@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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