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으로 실물·금융 복합위기가 증폭되고 소비·투자 등 내수 시장이 얼어붙은 한국 경제는 버팀목인 수출마저 급감할 위기에 놓였다. 서울경제 펠로(자문단)와 전문가들은 22일 코로나19 경제위기 타개를 위해 “정부 정책이 단기 대책에만 치중해 있을 뿐 사태 장기화에 따른 대책이 없어 시장 불안을 잠재우지 못하고 있다”면서 “증시안정펀드 5조원 정도는 일주일도 못 갈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들은 지난 19일 체결된 600억달러 규모의 한미 통화스와프가 외환 시장을 일단 안정시키기는 했지만 안심하기 이르다며 “도쿄올림픽이 연기되면 일본발 위기가 심화할 수 있는 만큼 한일 통화스와프의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정부가 추가경정예산안을 포함한 30조원의 코로나19 대책에 이어 채권시장안정펀드와 증시안정기금 조성 등을 발표했지만 전문가들은 대책이 적절한 타이밍을 놓쳤을 뿐 아니라 시장을 안정시킬 특단의 대책을 찾아보기 어렵다고 꼬집었다. 곽수종 전 조지메이슨대 경제학과 교수는 “미국에서 확진자가 급증하고 이탈리아·독일·스페인 등 유럽에서 확진자와 사망자가 늘어나면서 당분간 백약이 무효인 상황”이라며 “최근 외국인들이 채권·주식을 팔고 나가는 움직임이 심상치 않은데 이를 어떻게 대응할지, 금융시장을 어떻게 안정화할지 구체적 방법이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정책이 효과를 내려면 타이밍이 중요한데 처음에 소극적으로 대처해 늦은 감이 있다”면서 “비상 대책으로 50조원을 투입한다고 해도 한 달 정도는 버티겠지만 장기적으로 지속 가능한 것인지 모르겠다”고 짚었다. 김 교수는 이어 “증안펀드를 5조원 정도 만든다고 하면 5일 정도 버틸 수 있을지 모르지만 문제는 그다음”이라며 “정부 지원을 통해 전폭적으로 회사채를 사주거나 기업어음(CP)을 매입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한미 통화스와프 계약 체결로 불안했던 외환시장은 다소 진정된 모습을 보이지만 효과는 단기에 그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강삼모 동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코로나19가 언제까지 진행될지 모른다는 것이 불안요소”라며 “한미 통화스와프 효과가 1~2주일 단기에 그칠 수도 있다”고 평가했다.
특히 일본의 경제 상황을 지켜보면서 한일 통화스와프를 추진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는 조언이다. 한일 통화스와프는 2015년 2월 종료된 후 5년째 진전이 없는 상황이다. 곽 전 교수는 “올해 도쿄올림픽이 연기되거나 취소될 경우 일본 경제는 엄청난 피해를 입을 수밖에 없다”면서 “일본이 이에 대응해 자금을 급속히 회수하려 할 수 있기 때문에 경제 위기가 커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일본 입장에서도 한일 통화스와프가 필요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창균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도 “한일 통화스와프는 양국 모두에게 중요성이 커지고 있고 일종의 마이너스 통장인 만큼 한도는 많을수록 좋다”고 말했다. 강 교수는 “한국에 금융위기가 오면 피해가 전이되고, 일본도 충격이 커진다”면서 “양국 간 정치 상황은 좋지 않지만 위기 앞에서는 돌파구가 열릴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세종=조지원·조양준기자 jw@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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