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라리아 치료제 클로로퀸(Chloroquine·사진)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치료에 효과가 있는지에 대한 검증을 국내에서 시작한다. 클로로퀸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최근 코로나19 치료에 사용하겠다며 언급한 약이다.
22일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의료 현장에서 코로나19 치료에 사용하는 항바이러스제 ‘칼레트라’와 말라리아 치료제 ‘하이드록시클로로퀸’의 효과를 확인하고자 서울아산병원이 제출한 임상시험계획을 승인했다. 연구책임자는 대한감염학회 학술이사인 서울아산병원 김성한 감염내과 교수이다.
이들 약물은 의료현장에서 코로나19 치료에 긴급하게 쓰이고 있지만, 코로나19에 효능이 있는지는 아직 임상시험을 통해 입증되지는 않았다. 연구팀은 칼레트라와 하이드록시클로로퀸 등 두 약물을 코로나19 경증환자 150명에게 무작위로 투여해 어떤 치료제가 더 효과적인지 비교하는 방식으로 임상시험을 진행한다. 임상시험은 올해 5월 말 끝날 예정이다.
칼레트라는 로피나비르와 리토나비르 성분의 혼합제로, 인간면역결핍바이러스(HIV) 증식에 필요한 효소(단백질 분해효소)의 활성을 억제한다. 현재 에볼라 치료제로 개발된 ‘렘데시비르’와 함께 가장 유력한 코로나19 치료제로 주목받고 있다. 이번 임상시험에서 눈길을 끄는 대목은 하이드록시클로로퀸의 코로나19 치료제로서의 가능성을 확인한다는 점이다.
하이드록시클로로퀸은 1934년 독일 바이엘사가 말라리아 감염을 예방·치료제로 개발한 클로로퀸 계열 약물이다. 말라리아 치료에 사용된 합성 의약품이지만 이후 류머티즘성 관절염과 전신성 홍반성 낭창 등으로 적응증이 확대됐다.
클로로퀸은 칼레트라와 마찬가지로 확실한 치료제가 없는 코로나19 사태에서 그나마 치료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약물로 현재 의료현장에서 쓰이고 있다. 이에 앞서 국내에서는 지난 2월 13일 코로나19 중앙임상TF(현 중앙임상위원회)가 코로나19 치료원칙을 내놓으면서 항바이러스 치료로 에이즈 치료제인 ‘칼레트라’를 하루 2회, 두 알씩 주는 것을 제안하면서 클로로퀸과 하이드록시클로로퀸을 대신 써도 된다고 밝힌 바 있다.
이와 관련,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19일(현지시간) 코로나19 대응 태스크포스 기자회견에서 코로나19 치료에 대해 말라리아 치료제인 ‘클로로퀸’을 거론하며 “매우 고무적인 결과를 보여줬으며 처방전에 의해 거의 즉시 그 약을 이용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말해 관심을 증폭시켰다. 하지만 미국에서도 아직 클로로퀸은 코로나19 치료제로 승인받지 못했다.
미국 식품의약국(FDA) 스티븐 한 국장은 클로로퀸과 관련, 관절염은 물론 말라리아 치료에도 이미 승인된 약이라면서 “대통령은 ‘확대된 사용법’이 실제로 환자에게 도움이 되는지 알아보기 위해 자세히 살펴보라고 지시했다”며 “코로나바이러스를 퇴치하기 위한 제품들이 안전하고 효과가 있도록 보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다만 “클로로퀸은 코로나19에 대한 직접 치료제가 아니고 치료제 개발과 백신 투여까지는 시간이 걸린다”면서 “FDA는 클로로퀸을 사용해서 효과가 있는지, 효과가 있다면 어느 정도의 투약량이 안전하고 효과적인지를 알아보기 위해 임상시험에 들어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주원기자 joowonmail@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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