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4·15총선에서 자리를 비운 서울 구로을은 문재인 대통령의 ‘호위무사’로 불리는 윤건영 전 청와대 국정기획상황실장이 직접 국회 입성을 위해 나선 곳이다. 미래통합당은 3선 중진의 김용태 의원을 ‘자객’으로 공천했다. 하지만 결전을 3주 남짓 앞둔 구로을 총선은 더불어민주당의 전통적 텃밭답게 윤 전 실장이 김 의원을 앞서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경제가 여론조사업체 엠브레인퍼블릭에 의뢰해 지난 20~21일 구로을 주민 505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총선 가상대결에서 윤 전 실장이 40.9%, 김 의원이 22.9%의 지지율을 기록했다. 두 후보자의 지지율 격차는 18%포인트로 오차범위(±4.4%포인트)를 넘어섰다.
윤 전 실장이 민주당 텃밭의 기운을 제대로 받고 있는 모습이다. 구로을의 정당지지율은 민주당이 34.6%, 통합당은 20.1%를 기록했다. 여기에 문 대통령의 국정운영 평가에서도 구로을 구민의 55.6%가 ‘잘한다(매우 잘한다 21.6%, 잘하는 편 34%)’는 답을 보였다. 노무현 정부 때 청와대 비서관을, 문재인 정부에서는 국정기획상황실장을 하며 전통 친문 인사로 호위무사를 자처하는 윤 전 실장이 여당과 문 대통령의 지지율을 흡수하며 높은 지지율을 나타냈다.
반면 김 의원은 낮은 정당지지율에도 불구하고 혁신과 개혁 이미지를 앞세워 고군분투하고 있다. 김 의원의 지지율에서 보수층(45.5%)의 지지가 높았지만 중도층(26.4%)의 비율도 적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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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조사에서 후보자를 지지하는 이유를 묻자 52.8%가 ‘소속 정당’을 꼽았다. ‘개인의 자질·역량’은 14.7%, ‘정책·공약’은 6.6%, ‘도덕·청렴성’은 5.2%였다. 특히 윤 전 실장을 지지하는 이유로 ‘소속 정당’을 택한 비율은 57.8%로 김 의원(49.5%)보다 높았다. 지지자들이 뽑은 ‘개인의 역량·자질’은 당의 요청에 따라 험지 출마를 택한 김 의원이 15.5%로 윤 전 실장(14.8%)을 앞섰다.
민주당 지지세가 강한 구로을은 최근 콜센터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집단발병에도 ‘정부가 대응을 잘하고 있다(68.8%)’는 긍정 평가가 부정 평가(27.3%)보다 높았다.
지지율에서 윤 전 실장이 앞서 있지만 결과를 예단하기는 어렵다. 구로을의 투표 의사는 94.2%(반드시 투표 78.7%, 가능하면 투표 15.5%)로 높다. 다만 윤 전 실장에 대한 지지율이 가장 높은 40대(63.2%)의 적극적 투표 비율(반드시 투표)은 75.7%로 20대(64.9%) 다음으로 낮았다. 반면 김 의원에 대한 지지율이 높은 60대 이상(38.7%)은 83%가 반드시 투표하겠다고 밝혔다. 민주당 지지자들 87.4%가 적극 투표 의사를 밝혔는데 통합당은 이 비율이 91.7%로 더 높았다. 마찬가지로 윤 전 실장의 지지자들 89.4%, 김 의원 지지자들 91%가 반드시 투표하겠다고 했다. 엠브레인은 “윤건영은 40대, 김용태는 60대에서 상대적으로 높은 지지를 받았지만 ‘태도 유보(모름·무응답 등)’를 답한 비율도 29%였다”며 “구로을은 연령층이 높아질수록 ‘적극 투표’층이 증가하는 경향을 보였다”고 평가했다.
/구경우기자 bluesquare@sedaily.com
※이번 조사는 서울 구로을 선거구에 거주하는 만 18세 이상 남녀 505명(셀 가중 방식·표본 크기 500명)을 대상으로 지난 20~21일 구조화된 설문지를 이용한 무선전화 면접조사(무선 88.1%, 유선 11.9%)로 실시됐다. 응답률은 16.5%(무선 18.4%, 유선 9.5%)다. 피조사자는 2월 말 행정안전부 주민등록 인구통계 기준 성·연령·지역별 할당 후 유선 RDD와 휴대전화 가상번호로 선정했다. 신뢰수준 95%에 표본오차는 ±4.4%포인트다. 자세한 내용은 엠브레인퍼블릭과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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