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가 말레이시아에 약 6700억 원을 투자해 연간 약 2만 대의 생산 시설을 짓는다. 가파르게 성장하는 아세안(ASEAN) 자동차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베트남과 태국 등에 이어 말레이시아에도 현지 생산 체제를 구축하는 것이다.
26일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는 2025~2030년 말레이시아에 총 21억 5900만 링깃(약 6735억 원)을 투자한다. 현지 파트너사 이노콤과 협업해 내년 중반부터 다목적차(MPV) 스타리아를 현지에서 반조립(CKD) 형태로 위탁 생산할 예정이다. 현대차는 이노콤의 지분 15%를 보유하고 있다.
생산 규모는 연간 2만 대로 시작한다. 라인업도 현대차와 제네시스의 중·대형 스포츠유틸리티차(SUV)와 MPV로 확대할 계획이다. 또 내연기관차와 하이브리드차(HEV)를 중심으로 생산하다가 말레이시아 친환경 정책에 발맞춰 전기차(EV)로 범위를 넓히기로 했다.
말레이시아 공장에서 생산된 차량은 현지 시장 판매와 함께 다른 동남아시아 국가로 수출할 예정이다. 이와 함께 현대차는 말레이시아 내 전기차 판매 확대, 충전 인프라 건설, 배터리 생산시설 구축 등 전기차 생태계 조성도 지원하기로 했다.
현대차가 말레이시아에 생산 거점을 구축하는 것은 아세안의 자동차 시장이 확대되고 있기 때문이다. 아세안자동차연맹에 따르면 말레이시아는 지난해 3분기부터 태국을 제치고 동남아 자동차 시장 2위에 올랐다. 말레이시아는 아세안 자동차 시장 점유율이 23.9%다. 인구대국인 인도네시아(29.9%) 다음으로 큰 시장이다.
현대차는 아세안의 자동차 시장 성장세에 주목하고 있다. 아세안 시장은 그랩(Grab)과 같은 차량 호출 및 공유 플랫폼이 발달해 있다. 인구가 7억 명에 달하고 평균연령도 낮아 자동차 수요는 갈수록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현대차는 인도네이사와 베트남·태국에 이어 말레이시아까지 투자를 확대했다. 현대차가 아세안에 생산 네트워크를 넓혀가는 것이다. 현대차는 “나날이 커지고 있는 동남아시아와 연간 75만 대 규모 시장인 말레이시아의 중요성을 고려해 이번 투자를 결정했다”면서 “일자리 창출, 현지 인력 육성 등 지역 경제 및 사회 발전에 기여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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