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사모펀드(PEF)의 최대 몸값 매각 기록을 세울 것으로 예상되는 한온시스템(018880)이 400억원을 투입해 주가 부양에 나섰다.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으로 번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발 주가 급락을 방어하는 차원의 매각 정지(整地 ) 작업으로 풀이된다. 코로나19 사태가 실물경제의 위기로까지 확산하는 상황이라 주가 부양과 매각이 순조롭게 진행될지 업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24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한온시스템은 지난 20일 이사회를 열고 NH투자증권과 자기주식 취득 신탁계약을 체결했다. 계약금액은 400억원이다.
1996년 주식시장에 상장한 한온시스템이 자사주 매입에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국내 투자 기준으로 최대 규모의 블라인드 펀드를 보유하고 있는 한앤컴퍼니는 2015년 2조7,512억원에 한온시스템 지분 50.5%(5,391만3,800주)를 인수한 바 있다. 100% 지분 기준으로 환산한 기업가치(EV)는 5조4,480억원이었다. 당시 감가상각전 영업이익(EBITDA)이 5,293억원이었던 것을 감안하면 EBITDA 배수 10.3배가 적용된 것으로 추정된다.
올해 매각에 나설 것으로 예상되는 한온시스템의 몸값이 최대 8조원에 이를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지난해 한온시스템의 상각전 영업이익은 8,645억원. 인수 당시의 EBITDA 배수를 적용한 기업가치는 8조9,000억원에 달한다. 한온시스템이 지난해 초 캐나다 마그나그룹의 유압제어사업부(FP&C) 인수를 완료하면서 상각전 영업이익이 크게 늘었다.
문제는 이 같은 기업가치가 주가와는 큰 괴리를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가장 큰 요인은 자동차 부품산업이 내연기관에서 전기로 바뀌는 기로에 놓여 있다는 점이다. 더욱이 최근 코로나19 바이러스 확산이 주가 하락 폭을 급격히 키우고 있다. 2017년 한때 1만4,500원까지 올랐던 한온시스템의 주가도 24일 종가 기준 8,970원까지 내려앉았다. 한때 7조원을 넘어섰던 한온시스템의 시가총액은 최근 주가 하락으로 4조8,000억원 수준까지 쪼그라들어 있다.
인수합병(M&A) 업계에서는 한온시스템의 기업가치가 상각전 영업이익의 8~10배 사이가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쉽게 말해 몸값이 적게는 6조9,000억원에서 많게는 8조6,000억원이 될 수 있는 셈이다. 이 경우 한앤컴퍼니가 손에 쥘 현금은 3조4,500~4조3,000억원 수준. 인수주체인 한앤코홀딩스의 차입금 2조2,000억원을 상환한 뒤 초기 투자금(1조500억원)을 회수하고도 남는 금액이다. 배당을 통해 이미 회수한 투자금도 4,160억원가량인 것으로 추산된다.
결국 관건은 주가 부양을 통해 몸값 하락을 얼마나 막을 수 있을지다. 일단 한온시스템은 수주잔액 중 전기차가 차지하는 비중이 60%를 훌쩍 넘을 만큼 자동차 산업의 변화에는 발 빠르게 대응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국내 부품사지만 현대차 납품 비중이 50%밖에 되지 않는 것도 장점으로 꼽힌다. 코로나19로 인한 주가 급락을 방어하는 것이 결국 몸값의 향배를 결정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김상훈기자 ksh25th@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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