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들수록 뭉쳐야 산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쪼그라든 미술 시장에서 군소화랑들이 ‘협동작전’으로 돌파구 모색에 나섰다.
서울 종로구에 자리잡은 중견화랑 웅갤러리와 본화랑, 프랑스 갤러리의 한국 분점인 부르지에-히가이 갤러리는 합심해 ‘W299 프로젝트’를 펼치고 있다. 3개 화랑 협동전시를 통해 16명의 작가를 선보이는 기획전으로, 세 갤러리가 둥지를 튼 자하문로 299 건물의 주소에서 이름을 따왔다.
정희철 큐레이터가 기획을 맡은 이번 전시에는 총 16명의 작가가 참여했고 작가별로 10~30점씩, 10호 미만의 크지 않은 유화와 드로잉 등을 집중적으로 출품했다. 일부 200만원대 작품도 있지만 대부분 100만원 이하의 가격으로 책정돼 구매자의 부담을 줄인 것이 특징이다.
한지에 마커로 그리고 색칠해 선명한 표현력이 눈길을 끄는 프랑스 작가 파비앙 베르쉐르의 작품들은 높이 30㎝, 폭 21㎝의 원화가 일괄 90만원이다. 이미 판매됐음을 뜻하는 ‘빨간 딱지’(Red Dot)가 제법 붙었을 정도로 인기다. 모래와 돌을 소재로 작업하는 윤위동의 작품도 집에 걸기 좋은 소품들이 45만~65만원에 선보여 관심을 끈다. 이 밖에도 중견작가 이경미를 비롯해 김지예·류정민·바야흐로·안준영·이지연·이피·이호진·이헌정·전희수·정다운·함명수·홍승희·지알원(GR1)등의 참여했다. 오프라인 전시관람이 어려운 관람객을 위한 온라인 쇼핑도 가능하다. ‘네이버 아트윈도’와 협력해 4월30일까지 온라인을 통해 작품을 살펴보고 구매할 수 있다.
한국화랑협회 회장인 최웅철 웅갤러리 대표는 “코로나19로 모든 것이 위축되고 국내 5만여 명의 작가들과 5,000여 미술계 종사자들의 생계가 위협받는 상황에서 어렵지만 힘을 합쳐 전시를 열었다”면서 “여러 작가의 다양한 작품 세계를 갤러리들과 공유하고, 작가와 컬렉터가 소통할 수 있도록 마련한 자리”라고 말했다.
강북에 이들이 있다면 강남에서는 갤러리나우와 갤러리세인이 손을 맞잡았다. 정영숙 갤러리세인 대표가 전시를 기획했고, 이순심 갤러리나우 대표는 총괄을 맡으면서 전시 공간을 내놓았다. 다음 달 7일 개막해 29일까지 열리는 전시에는 두 갤러리의 경계 없이 9명의 작가가 참여한다. 봄꽃 흐드러진 자연 속에서 중도(中道)의 여유를 만끽하는 이왈종의 작품, 평범한 현대인의 일상을 유쾌한 표정과 몸짓으로 표현하는 김경민의 조각, 아직 어둑한 새벽을 깨는 빛의 기운을 그리는 김성호의 그림 등 출품작의 공통점은 즐거움과 희망, 기쁨과 위안이다. 최승윤·함명수·아트놈·주세균·이재형·양현모가 함께한다.
/글·사진=조상인기자 ccsi@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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