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미국발 입국자에 대한 검역을 강화한 것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세계 각국에서 급속도로 퍼지며 해외 유입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방역당국은 미국 입국자의 위험도가 유럽 입국자에 비해 낮고, 미국 입국자 수가 훨씬 많은 만큼 전수조사를 진행하지는 않기로 결정했다.
25일 질병관리본부 중앙방역대책본부에 따르면 이날 오전0시 기준 코로나19 누적 확진자 수는 9,137명으로 전날보다 100명 늘었다. 신규 확진자 100명 중 절반이 넘는 51명이 해외 유입 사례다. 유럽 유입이 29명, 미국 유입이 13명이다. 하루에 발생하는 확진자 중 해외 유입 사례가 차지하는 비중은 최근 사흘간 크게 늘었다. 23일 28.4%(확진자 64명 중 18명)→24일 32.9%(확진자 76명 중 25명)→25일 51.0%다.
미국발 입국자 중 증상이 있는 경우는 공항 내 검역소로 들어가 코로나19 진단검사를 받게 된다. 검사 결과가 ‘양성’으로 나오면 병원이나 생활치료센터로 이송돼 치료를 받고, ‘음성’이면 입국할 수 있지만 2주간 자가격리를 진행해야 한다. 이를 지키지 않을 경우 내외국인을 막론하고 1년 이하의 징역이나 1,000만원 이하의 벌금 처분을 받을 수 있다. 단기체류 외국인은 공항 내 시설에서 진단검사를 받는다. ‘음성’으로 판정되면 입국을 허용하고 입국 뒤에도 보건당국이 증상을 전화로 모니터링한다.
윤태호 중앙사고수습본부 방역총괄반장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미국 입국자 중 확진자 수가 계속 늘어나고 있다”고 검역 강화 배경을 설명했다. 무증상자 중 국민과 장기체류 외국인은 2주간 자가격리에 들어가야 한다. 중앙사고수습본부에 따르면 미국 입국자 중 80% 이상은 유학·출장 등에서 돌아오는 우리 국민이다.
앞서 정부는 22일부터 유럽발 입국자를 대상으로 코로나19 진단검사를 진행해왔다. 아울러 유럽발 입국자 중 우리 국민과 장기체류 목적 입국자에 대해 ‘자가격리’ 의무화 조치를 내린 바 있다. 반면 미국발 입국자는 전수가 아닌 유증상자와 단기체류 외국인만 코로나19 진단검사를 받는다. 이에 대해 윤 총괄반장은 “미국과 유럽은 위험도가 다르다”며 “3월 3주차 유럽발 입국자 1만명당 확진자 수는 86.4명이고, 미국은 28.5명으로 세 배 이상 차이가 난다”고 설명했다. 진단검사 역량도 고려했다. 미국에서 오는 입국자가 하루 2,500명을 넘는데 진단검사를 할 수 있는 총량이 하루에 약 1만5,000건인 만큼 정부는 입국자 전원을 검사하기에 벅차다고 판단했다. 윤 총괄반장은 다만 “앞으로 미국발 입국자 중 확진자 수가 많아진다면 전수검사를 적용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정부는 입국자 수 증가에 대비해 해외 입국 경증 확진자를 위한 생활치료센터로 경기국제1센터·경기국제2센터를 마련했다. 이날 경북 경산 서요양병원에서 확진자 2명이 사망하는 등 사망자 7명이 추가로 발생해 코로나19 국내 사망자는 총 131명으로 집계됐다.
한편 주한미군은 이날 코로나19 대응을 위해 공중보건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다만 주한미군은 이번 결정이 현재 시행하는 건강보호 조건이나 예방조치의 변화 또는 주한미군의 위험단계 격상을 의미하지는 않는다고 설명했다. 공중보건 비상사태는 주한미군 사령관이 연장하거나 조기 종료하지 않는 한 다음달 23일까지 효력이 유지된다. /우영탁기자 ta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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