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전 세계를 휩쓸면서 미술계가 멈춰 섰다.
세계 최정상 아트페어인 스위스 아트바젤(Art Basel)이 코로나19 확산 때문에 결국 6월 행사를 9월로 연기했고, 아트바젤과 더불어 세계 아트페어의 양대산맥을 이루고 있는 프리즈(FRIEZE)도 당초 5월 예정이던 ‘프리즈 뉴욕’을 전격 취소하는 등 전 세계의 주요 아트페어가 모조리 취소됐다. 세계 주요 미술관과 갤러리도 줄줄이 문을 닫았다.
스위스 아트바젤은 최근 보도자료를 통해 “코로나19의 세계적 대유행으로 인해 오는 6월 18~21일로 예정했던 행사를 연기한다”면서 “9월 15, 16일의 VIP 프리뷰를 시작으로 17~20일까지의 본행사를 스위스 바젤의 메세바젤에서 개최한다”고 발표했다. 이미 입장권을 구입한 고객에게는 환불 조치를 한다.
스위스 아트바젤은 국제 아트페어 중에서도 가장 비중있는 행사다. 지난해에는 전 세계 290개 갤러리가 참여했고, 9만3,000명의 관람객이 다녀갔다. 올해도 250개 이상의 전 세계 주요 화랑들이 참가할 예정이었다.
또 다른 대형 아트페어인 프리즈는 올해 뉴욕 행사를 취소했다. 2003년 영국 런던에서 시작한 프리즈는 로스앤젤레스(2월), 뉴욕(5월), 런던(10월)에서 열린다.
앞서 네덜란드 마스트리흐트에서 지난 7일 개막한 아트페어 테파프(TEFAF)는 참가자 가운데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오면서 나흘 앞당겨 폐막했으며, 5월 열릴 예정이던 테파프 뉴욕 행사도 10월로 연기한 상태다. 이 밖에 독일의 아트 쾰른, 벨기에의 아트 브뤼셀, 이탈리아의 밀라노 아트페어 등도 코로나19 때문에 행사를 연기했다. 국내에서도 아트부산, 아시아호텔아트페어, 부산국제화랑아트페어 등이 연기 혹은 취소를 알렸다
주요 미술관들도 코로나19 여파로 휴관에 돌입했다. 뉴욕 현대미술관(MoMA)과 뉴욕 메트로폴리탄미술관, 구겐하임미술관, 게티 뮤지엄 등이 지역사회 안전을 이유로 문을 닫았으며, 영국 테이트 미술관도 5월1일까지 폐관 중이다.
미술계는 온라인 서비스를 통해 돌파구를 모색하고 있어, 코로나 사태를 계기로 온라인 플랫폼이 활성화할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아트바젤 측은 “전염병 확산으로 인한 어려운 시기를 극복하고 갤러리들을 지원하고자 온라인 플랫폼 ‘뷰잉룸(Viewing Room)’을 운영했으며 이를 지속적으로 투자하고 개선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아트바젤은 코로나19의 확산으로 지난 2월 초, 아시아 최대 미술장터로 성장한 아트바젤 홍콩의 3월 개최를 취소한 대신 행사 기간에 온라인 전시장 격인 ‘뷰잉룸’을 개설해 지난 18~25일 운영했다. ‘뷰잉룸’은 개막 첫 날 접속자가 몰려 25분이나 서버가 다운될 정도로 관심을 끌었으며, 5일간 온라인 방문객은 25만명에 달했다. 지난해 열린 아트바젤 홍콩의 방문객은 약 8만명이었다.
국내에서도 미술관과 갤러리들이 영상 콘텐츠와 VR(가상현실) 등을 통한 작품 관람 기회를 늘리고 경매에서는 온라인 실시간 응찰이 도입됐다. 다만 실제 작품을 보지 않는 ‘랜선’ 관람 및 경매만으로는 한계가 있어, 코로나 사태 장기화가 미술계에 큰 후유증을 남기게 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된다. /조상인기자 ccsi@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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