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는 코로나 이전과 이후로 구분될 것이다.’ 그럼 ‘코로나 이후’의 핵심주제는 무엇일까. 디지털 전환(transformation)이다. 이미 진행되고 있던 이 과정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은 드라마틱하게도 한두 달 사이에 우리 일상의 중심으로 가져왔다. 온라인쇼핑·수업·비즈니스, 재택근무, 원격진료 등이다. 디지털 전환의 중심에는 디지털 지급결제 시스템이 있고 그 핵은 디지털화폐다. 그중에서도 블록체인 기술과 결합해 각국 중앙은행에서 발행하는 디지털화폐인 CBDC(Central Bank Digital Currency)가 최후 승자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중앙은행만큼 신용도와 시스템을 갖춘 곳이 없기 때문이다.
가장 앞선 곳은 중국이다. 중국 인민은행은 CBDC를 세계 최초로 선보이기 위해 가속 페달을 밟고 있다. 이것이 현실화하면 중국의 디지털위안화가 대외원조·투자·무역 형태로 해외에 대량으로 풀려나가면서 대중 경제 의존도가 큰 신흥국 경제부터 점진적으로 잠식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중국 5대 수출입국 중 유일하게 비(非)기축통화국인 대한민국이 디지털위안화 유통허브로 표적화할 가능성이 있다. 29일 금융권에 따르면 인민은행은 코로나19 사태에도 CBDC의 연내 발행을 위한 준비작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인민은행은 산하에 1,000명에 육박하는 규모의 디지털화폐연구소(數字貨幣硏究所)를 운영 중인데 약 6년간의 연구 끝에 최근 CBDC의 기본기능 구현을 위한 기술 개발을 마친 것으로 전해졌다. 인민은행은 현재 CBDC 발행·유통을 위한 근거법안 초안을 마련하고 있다. 금융위원장을 지낸 전광우 세계경제연구원장은 중국의 CBDC 발행에 대해 “달러 중심의 기축통화 질서 속에서 위안화를 대안으로 내세우려는 도전”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중국 내부적으로는 아직도 암호화폐 도입에 대한 부정적 의견이 많지만 최근 코로나19 사태의 여파로 비대면 경제활동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어 디지털화폐 경제가 가속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특히 한국은 중국의 최대교역국이고 위안화 거래중심지(위안화허브)를 지향해왔기 때문에 중국의 디지털위안화 국제화의 실험장이 될 가능성이 높다. 알리바바·위쳇페이·바이두·화웨이 등이 경제망을 점령한 홍콩·동남아시아 등 화교경제권과 중국 일대일로 프로젝트의 차관·금융지원이 대거 투하된 남미·아프리카 신흥국들도 디지털위안화의 사정거리에 있다.
이에 맞서 CBDC 발행 경쟁이 세계대전 양상으로 흐르고 있다. 중국뿐 아니라 유럽·싱가포르·캐나다를 비롯한 22개 주요 선진국·신흥국 중앙은행들도 자국 화폐의 디지털화를 검토 중이거나 적극 추진하고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아직 CBDC 방식의 디지털달러 발행에 부정적 입장을 보이고 있지만 대신 미국 기업 발행 디지털화폐가 사실상 디지털달러 역할을 할 수도 있다. 페이스북은 자회사 칼리브라를 통해 국제적으로 통용 가능한 민간 디지털화폐 ‘리브라’를 연내 발행할 계획이다. /민병권기자 newsroo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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