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지난해 국내 주요 그룹 오너 중 가장 많은 보수를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경영인 가운데서는 조대식 SK(034730)그룹 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이 가장 연봉이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해 실적이 감소한 기업의 오너와 최고경영자(CEO)들의 보수는 큰 폭으로 줄어들었다.
30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롯데지주와 롯데칠성·롯데제과·롯데케미칼·롯데쇼핑 등 계열사에서 총 181억7,800만원의 보수를 수령했다. 롯데지주 20억7,200만원을 비롯해 롯데케미칼 41억1,300만원, 롯데제과 21억7,800만원, 롯데쇼핑 22억1,400만원, 롯데칠성에서 16억9,400만원 등을 보수로 받았다.
이재현 CJ그룹 회장은 지주사인 CJ를 비롯한 3개 계열사에서 총 124억원을 수령한 것으로 집계됐다. CJ에서 61억8,600만원, CJ제일제당(097950)에서 28억원, CJ ENM(035760)에서 34억7,500만원을 각각 받았다.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은 70억원이 넘는 돈을 지난해 받았다. 95억원을 넘어섰던 전년도에 비해서는 연봉 규모가 줄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지주사인 SK와 SK하이닉스에서 30억원씩 총 60억원을 지난해 받았으며 구광모 LG(003550)그룹 회장은 지주사인 ㈜LG에서만 54억원가량을 연봉으로 받았다.
최근 미래에셋그룹과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한 HDC그룹의 정몽규 회장도 HDC와 HDC현대산업개발에서 42억여원을 받았다.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도 32억원으로 전년(26억원)보다 늘었고 조현준 효성그룹 회장도 41억원에서 45억원으로 10% 이상 증가했다.
한편 ‘경영권 분쟁’이 계속되고 있는 한진그룹의 고(故) 조양호 회장은 지난해 한진칼과 한진·대한항공·진에어 등 상장 계열사에서만 연봉과 퇴직금을 포함해 700억원 이상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실적이 악화한 그룹 오너들의 연봉은 크게 줄었다. 이재현 회장의 경우 지난 2018년 연봉은 160억원이 넘었지만 지난해 40억원 가까이 수령액이 줄었다. 2018년 ㈜두산으로부터 49억원을 받은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은 지난해 30억9,800만원을 받았고 박용만 두산인프라코어 회장은 43억원에서 39억원으로 연봉이 감소했다.
반면 구광모 LG그룹 회장은 전년 12억7,200만원의 보수를 받았다고 신고했지만 지난해는 53억9,600만원으로 증가했다. 서경배 아모레퍼시픽그룹 회장은 지난해 30억470만원을 신고해 전해와 비슷한 수준의 연봉을 받았다.
대기업 전문경영인들 가운데서는 조대식 의장이 가장 많은 보수를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조 의장은 지난해 46억6,000만원을 수령해 권오현 삼성전자 종합기술원 회장(46억3,700만원)을 간발의 차로 제쳤다. 이외에도 최치훈 삼성물산 사장(39억9,400만원), 박근태 CJ대한통운(000120) 사장(38억6,200만원), 박성욱 SK하이닉스 부회장(37억1,400만원), 장동현 SK㈜ 사장(35억3,900만원), 조성진 LG전자(066570) 부회장(33억8,700만원) 등이 30억원대의 높은 연봉을 받았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2017년 3월부터 3년째 ‘무보수 경영’을 이어갔다.
다만 전문경영인들의 연봉은 기업 실적 악화와 더욱 직결됐다. 2018년 88억7,200만원을 받아 전문경영인 연봉 1위를 기록한 손경식 CJ그룹 회장은 올해 CJ제일제당으로부터 35억5,600만원을 받아 전년 대비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CJ제일제당의 실적이 주춤하면서 상여금을 받지 못한 탓이 컸다. 삼성전자를 이끌고 있는 전문경영인들도 지난해 실적 악화를 몸소 체험하면서 연봉이 대폭 줄었고 김태한 삼성바이오로직스 대표는 인센티브가 확 줄면서 연봉도 38억원에서 19억원으로 반토막 났다. /박성호기자 junpar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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