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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변이땐 백신 소용없다? 틀린 얘기죠"

정용석 경희대 생물학과 교수 인터뷰

"변종 이를만한 변이 거의 없어

바이러스 성격 바꿀 정도 아냐

韓, 샘플 채취해 국제공조해야

환자 바이러스 유전체 지도가

치료제·백신 개발 판단근거 돼"

정용석 경희대 생물학과 교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변종이 많다고 겁을 먹는데 지금 변이되는 것은 다른 종이라고 말할 수 없습니다. 지금 중요한 점은 우리나라도 열심히 샘플을 채취해 국제적으로 공유해야 한다는 것이죠.”

정용석(60·사진) 경희대 생물학과 교수는 31일 서울경제와의 인터뷰에서 “환자의 바이러스 유전체 지도를 풍부하게 만들어야 치료제와 백신 개발을 할 때 판단 근거가 된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미국 텍사스대 오스틴에서 코로나바이러스로 박사학위를 받고 하버드대 의대에서 연구원으로 일한 바이러스학 전문가다.

‘변종이 많으면 치료제나 백신을 개발해도 소용없지 않겠느냐’는 설왕설래가 있는데 전혀 맞지 않는 얘기라는 게 그의 지적이다. 정 교수는 “코로나 같은 RNA 바이러스는 DNA 바이러스에 비해 변이가 심해 염기서열이 서로 다른 바이러스가 세계적으로 퍼져 있다고 보는 경우가 많다”며 “하지만 전파력이나 병독성 면에서 생각처럼 전혀 다른 것이라고 오해할 만큼의 변이는 나타나기 어렵다”고 단언했다. 이어 “세계적으로 확진자가 늘어 숙주의 풀이 커지면 바이러스가 계속 증식하며 변이가 많이 일어나기는 하나 바이러스가 특별히 성격을 바꾸는 정도의 변화는 아닐 것”이라고 내다봤다. 유전체가 적어도 8% 이상 차이를 보여야 변종이라고 할 수 있는데 지금의 코로나19 바이러스는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DNA나 RNA 염기서열이 아주 가끔 변하는 것을 두고 변종이라고 한다면 사람도 변종이 가득하다는 허황한 개념을 갖게 된다는 게 정 교수의 생각이다. 그는 “RNA 바이러스의 돌연변이율이 1만분의1(DNA 바이러스는 10억분의1)이다. 사람의 염기서열이 30억개에 달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30만곳에서 변화가 일어날 수 있다는 얘기”라며 “그럼에도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을 가능성이 99.9%”라고 설명했다.

정 교수는 코로나19에 대응하려면 한국을 비롯한 각국이 적극적으로 샘플 정보를 공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샘플을 바탕으로 환자 바이러스 유전체 지도를 만들면 다양한 돌연변이를 확인하고 변이의 흐름을 추적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완치된 환자와 증상이 악화된 환자의 유전체 지도를 분석해 면역 연구를 하면 중증 위험도 예측도 가능해질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31일 기준으로 국제인플루엔자데이터공유이니셔티브(GISAID)에는 53개국에서 2,434개의 코로나바이러스 유전체를 보고했는데 한국은 12개에 그쳤다. 앞서 류지엔 베이징대 의대 교수(중국과학원 소속)팀은 우한의 바이러스 돌연변이 염기서열을 그룹화해 우한에는 상당히 공격적인 L타입이 많았던 반면 중국의 다른 지역과 해외에서는 비교적 덜 공격적인 S타입이 늘어나고 있다고 분석한 바 있다.

정 교수는 “코로나19가 ‘풍토병’으로 전환해 토착화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며 “그동안 바이러스 중 완전히 근절된 것은 천연두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코로나19가 여름에 수그러들었다가 가을 이후 다시 기승을 부릴 수 있다는 것이다. /고광본선임기자 kbgo@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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