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대기업·중소기업 할 것 없이 상반기 채용을 취소하거나 연기하면서 속이 타는 취업준비생들이 대거 창업 전선으로 몰리고 있다.
1일 경기창조경제혁신센터에 따르면 60명을 모집하는 올 예비창업패키지 일반 분야에 900명의 지원자가 몰려 15대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경쟁률도 높았지만 지원자 수도 전년 동기 대비 2배 급증했다. 경기창조경제혁신센터 관계자는 “지난 2018년 사업을 시작한 후 가장 많은 지원자가 몰렸다”고 말했다. 초기 창업기업에 투자하는 한 액셀러레이터 관계자는 “최근 취업난으로 창업을 고민하는 사람들이 부쩍 늘어났다”고 말했다.
은행권 청년창업재단으로 스타트업 전문 육성기관인 디캠프에도 스타트업들이 몰리고 있다. 디캠프가 스타트업 입주와 투자유치를 결정하는 관문인 ‘디데이’를 지난달 실시한 결과 5개 기업을 선정하는 데 110여개 스타트업들이 몰려 22대1의 경쟁률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디캠프 디데이는 2013년 시작해 국내에서 가장 오래된 스타트업 데모데이로, 스타트업이 이렇게 많이 몰린 전례가 없다. 2월 디데이에서도 비슷한 경쟁률을 기록했다. 지난해 디데이가 평균 15대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창업에 대한 관심이 급격히 늘어난 것이다. 창업 희망기업들의 진출 분야도 다양화되고 있다. 혁신기술 분야뿐 아니라 의류·공예·디자인 등 일반 창업도 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경기창조경제혁신센터 예비창업패키지 지원에는 바이오나 의료, 기계, 전기·전자 등 혁신기술 분야 스타트업은 물론 공예나 디자인·패션 등 진입장벽이 상대적으로 낮은 일반 자영업 분야에 도전하려는 스타트업들도 대거 몰린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에서는 코로나19 여파로 창업을 희망하는 사람들이 는 것은 정부지원의 확대로 창업 문턱이 낮아진데다 취업을 위한 보험용 스펙으로 창업하는 사람들도 많아지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상반기 취업문이 닫히면서 하반기 취업이 더 어려워질 것으로 판단해 미리 취업에 도움이 될 만한 창업 경력을 쌓기 위한 차원이라는 것이다. 창업패키지에 지원한 한 대학 졸업생은 “기존 디자인 전공을 살려 창업에 나섰는데 사업에 선정되면 최선을 다해 스타트업을 운영할 것”이라며 “혹시나 창업에 실패하더라도 기업들이 창업 경력을 선호하기 때문에 구직활동에도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연승·박호현기자 yeonvic@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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