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중공업에 1조원의 마이너스대출(한도대출)을 결정한 KDB산업은행이 단순히 두산중공업뿐만 아니라 두산그룹 전체를 구조조정본부(구조본)에서 들여다보기로 했다. 두산중공업에 대한 대출 및 리스크 관리 차원을 넘어 그룹 전체의 상황을 챙기겠다는 의미로 고강도 구조조정이 이어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1일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산은이 기업금융실 등에 흩어져 있던 두산그룹 계열사 등에 대한 대응을 구조조정을 전담하는 구조본으로 옮겨 두산그룹 전체를 보기로 했다”고 밝혔다. 구체적으로 산은은 두산그룹을 전담하는 부서를 서울 여의도 산은 본점 내 한 층에 몰아놨었는데, 이를 구조본 내 지원단을 설치해 그곳에서 업무를 수행하기로 했다. 한국수출입은행 역시 기업금융부에서 보던 두산중공업 여신 등을 기업구조조정단으로 이관했다. 최근 기업금융부에 있던 두산중공업 담당 팀장을 구조조정단으로 파견했다.
국책은행 관련 사안을 잘 아는 한 금융권 관계자는 “두산중공업에 대한 대출만이 아니라 계열사 간 지분구조에도 변화가 있어야 하는 등 종합적인 대응이 필요하기 때문에 그룹 전반을 구조본에서 들여다보는 것”이라고 배경을 설명했다. 그는 “상대적으로 건실한 두산인프라코어·밥캣의 두산중공업과의 수직계열 관계에 변화를 주는 등 두산그룹 내 지분구조를 재편하는 방안을 산은이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산은은 지난달 27일 두산중공업에 1조원의 한도대출을 결정한 후 브리핑에서 “두산인프라코어나 밥캣은 아직 사업실적 등 영업환경이 나쁘지 않기 때문에 그룹 내에서 (지분구조) 재편이나 고민을 하고 있을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산은의 구조본, 수은의 구조조정단이 두산 업무를 맡는 것은 곧 향후 두산그룹의 뼈를 깎는 자구노력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분석이다. 대우조선해양·성동조선 등이 모두 이들 부서의 손을 거쳤기 때문이다. 지난 2015년 대우조선해양은 산은과 수은으로부터 4조2,000억원대의 돈을 수혈받는 대신 자산 매각, 인력 구조조정 등을 통해 1조8,500억원의 자금을 자체 조달한 바 있다. 금융권의 다른 관계자는 “주사기만 꽂고 있던 환자를 중환자실로 옮긴 것”이라며 “1조원 한도대출에 대한 대가로 여러 자구책을 심사하고, 앞으로 있을 수 있는 추가 지원에 대한 구조조정 등을 구조본에서 담당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내다봤다.
/이태규기자 classic@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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