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적 개선 기대가 컸던 지난해 4·4분기에도 기업들의 경영 상황은 더욱 악화됐다. 반도체 업황 부진이 직격타였다. 4·4분기까지 부진이 계속되면서 삼성전자·SK하이닉스가 속한 전기·전자 업종을 비롯해 화학·통신·유통 등 국내 산업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업종을 중심으로 순이익이 대폭 줄어 결국 지난해 기업 순이익은 전년 대비 절반에도 못 미치는 수준으로 나타났다. 세계 경제를 뒤흔들고 있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의 충격파로 올해 기업 실적 하락에 대한 우려가 더 높아지고 있다.
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유가증권시장 상장사 583개의 지난해 연결 재무제표 기준 순이익 합계는 2018년의 111조 1,433억원보다 52.82%나 줄어든 52조4,420억원에 그쳤다. 영업이익 합계도 102조285억원으로 37.04% 감소했다. 매출액 합계는 2,006조4,576억원으로 0.47% 증가해 매출액 중 영업이익이 차지하는 비중인 영업이익률은 2018년의 8.11%에서 5.09%, 순이익이 차지하는 비중인 순이익률은 5.57%에서 2.61%로 각각 줄었다. 업종별 순이익은 전기·전자 업종이 64.75% 줄었고 그 외 화학(-60.45%), 통신(-55.46%), 음식료품(-49.68%), 유통(-32.42%) 등 전체 17개 업종 중 9개 업종의 순이익이 감소했다. 전기가스업·운수창고업은 2018년에 이어 적자가 지속됐다. 순이익이 증가한 업종은 섬유·의복(137.23%), 건설업(78.64%), 운수장비(51.12%), 철강금속(6.53%) 등 6개다.
지난해 순이익이 2018년 적자에서 흑자로 전환한 기업은 한진중공업·한국조선해양·현대위아 등 49개지만 흑자였다가 적자로 전환한 기업은 OCI·카카오·한화솔루션 등 72개로 더 많았다. CJ CGV·KR모터스·LG디스플레이를 포함한 95개사는 적자가 지속됐다.
지난해 연간 순이익 합계가 579개사의 지난해 3·4분기 누적 순이익 합계 54조4,849억원보다 적었던 것도 이례적으로 평가된다. 4·4분기에 LG디스플레이·한국전력·롯데쇼핑·LG전자 등 국내 대표 기업들이 줄줄이 적자를 기록한 결과다. 한국거래소 관계자는 “유가증권시장 상장사 연간 순이익 합계가 3·4분기 누적 순이익보다 줄어든 경우는 본 적이 없다”며 “지난해 기업 경영환경이 예상보다 더 악화된 결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유가증권시장 상장사 연간 순이익은 2017년 533개사 기준 114조5,926억원으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으나 2018년 540개사 기준 107조 9,573억원으로 6.72% 줄었고 지난해에는 감소 폭이 대폭 늘어났다. 올해는 코로나19의 여파로 산업 전반의 수요 감소가 나타나면서 기업 실적에 미칠 타격을 가늠하기조차 어려운 상황으로 평가된다. 지난해에 이어 기업 실적 하락세가 지속될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오현석 삼성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지난해 상장사 실적 감소는 반도체 업황 부진과 함께 한국전력처럼 비중이 큰 기업들의 실적이 대체로 나빴던 영향”이라며 “지금은 코로나19 사태가 언제 끝날지 모르기 때문에 기업 실적 전망이 불투명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박경훈기자 socool@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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