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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음파로 인공장기 무선충전 기틀 닦다

■ '이달의 과학기술인상' 김상우 성균관대 교수

체내 발전소자에 마찰전기 일으켜

의료기기 구동 위한 에너지 공급

교체 수술 필요없어 환자 부담 뚝

'증강인간' 주요 기반기술 기대감

김상우(오른쪽) 성균관대 교수가 연구팀과 같이 에너지 하베스팅 기술에 관해 논하고 있다. /사진제공=한국연구재단




구글의 ‘인간수명 500세’ 프로젝트를 비롯해 의료산업에서 4차 산업혁명 바람이 거세다. ‘터미네이터’ 시리즈나 ‘공각기동대-고스트 인 더 쉘’과 같은 공상과학(SF) 영화의 단골소재인 인체 삽입형 전자기기의 에너지원 확보 기술은 의료혁신을 이끌 주요 기술 중 하나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장관 최기영)가 주최하고 한국연구재단(이사장 노정혜)과 서울경제가 공동주관하는 ‘이달의 과학기술인상’ 4월 수상자인 김상우(47) 성균관대 신소재공학부 교수는 세계 최초로 초음파로 정전기를 발생시켜 인체 삽입 의료기기를 충전하는 기술을 구현했다. 진동·하중·빛·열 등 일상에서 버려지는 에너지를 수집해 전기로 바꾸는 에너지 하베스팅(energy harvesting) 기술을 개발한 것이다.

기존 인체 삽입형 의료기기는 전력을 공급하는 배터리의 수명이 다하면 교체 수술이 필요해 환자도 고통스럽고 추가적으로 비용도 발생한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체외에서 배터리를 충전하는 무선 전송 기술과 인체 에너지를 전기로 변환하는 압전 기술은 각각 짧은 전송 거리와 안전성 부족, 미미한 전력 생산으로 상용화에 어려움이 있었다.

김 교수는 의료현장에서 안전하게 사용하는 초음파를 이용해 인체에 삽입된 발전소자에 마찰전기를 일으켜 의료기기를 구동하는 체내 원격 에너지 충전 기술을 개발하고 이를 이용해 소자를 제작했다. 그는 “무해한 초음파로 정전기를 발생시켜 발전과 충전이 가능한 초음파 구동 정전기 하베스팅 소자를 구현했다”며 “환자의 삶의 질을 높이고 차세대 의료산업 발전의 계기를 만들었다”고 자평했다.

돼지 피하조직에 삽입된 정전기 발전소자.


쥐와 돼지 피하조직을 이용한 발전·충전 생체조직 실험.


연구팀은 고출력 마찰소재인 PFA 폴리머 필름과 유연한 인쇄회로기판(PCB)을 결합한 발전소자에 초음파로 진동을 전달해 금과 구리 전극 간 정전기를 일으켰다. 실제 쥐와 돼지 피부층에 삽입된 마찰발전기에 초음파로 진동을 일으켜 정전기를 발생시킨 뒤 발전과 배터리 충전에 성공했다. 이때 기존 생체 삽입형 발전소자에 비해 1,000배 이상 전류를 일으켰다. 돼지 피하지방층 0.5㎝ 깊이에 삽입한 발전소자는 약 1.2V의 전압, 98㎂ 전류 수준의 출력을 보였다. 이는 보통 1-10㎼의 전력으로 구동하는 인체 삽입용 심장박동기 등에 사용 가능한 전력량이다. 이 기술은 지난해 ㈜에너지마이닝에 기술이전됐으며 연구결과는 사이언스에 게재됐다. 김 교수는 “다양한 의료기술에 응용이 가능해 인체 삽입형 의료산업에 새로운 이정표를 제시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초음파로 발생된 정전기 기반 체내 충전 기술.


연구팀은 기술개발을 위해 전자부품연구원, 서울대병원, 서울삼성병원, 정부출연연구원, 국내외 기업체와 협력을 지속해왔다. 에너지 하베스팅 소재·소자 개발, 체내 발생 전력 충전을 위한 고효율 에너지 변환 시스템, 삽입된 기기 구동을 위한 무선 칩셋과 극소전력 무선 시스템, 무해한 패키징 기술, 생체신호 감지 회로와 제어 소프트웨어, 동물 전임상 실험까지 활발히 협력한 것이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를 바탕으로 심장박동기·인슐린펌프와 같은 생체 삽입형 의료산업의 발전을 기대하고 있다. 김 교수는 “구글은 ‘인간수명 500세’ 프로젝트를 추진하며 노화를 막는 생물학적 접근 방식과 증강인간(Augmented Human) 개념으로 인공장기·인공혈관 등을 개발하려고 한다”며 “증강인간 연구의 경우 인체에 삽입된 수많은 의료전자기기가 원활히 작동하려면 체내 에너지 솔루션이 중요한 기반 기술이 될 것”이라고 확신했다.
/고광본선임기자 kbgo@sedaily.com

[인터뷰] 김상우 교수 “바람처럼 사라지는 에너지가 많다는 사실에 주목했죠”



정전기 이용한 나노발전기 연구

10여년前 검증안돼 생소했지만

최근 많은 도전에 격세지감 느껴



김상우 성균관대 교수가 연구실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중간중간 포기하고 싶던 순간도 있었는데 요즘 많은 연구자가 관심을 갖고 뛰어드는 것을 보면 격세지감을 느낍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주최하고 한국연구재단과 서울경제가 공동주관하는 ‘이달의 과학기술인상’ 4월 수상자인 김상우 성균관대 신소재공학부 교수는 1일 서울경제와의 인터뷰에서 “왕종린 조지아텍 교수와 10년 이상 함께 에너지 하베스팅을 연구하며 위기도 많았다”며 이같이 말했다. 일본 교토대 전자공학 박사인 그는 현재 엘스비어사 출간 저널 나노에너지의 부편집장을 맡고 있다.

그는 “석사 때 질화갈륨(GaN) 기반의 청색 발광다이오드(LED) 소자에 관한 논문을 국제 학회지에 주저자로 발표하며 희열을 느꼈다”며 “이를 계기로 진로를 바꿔 화합물반도체로 주목받던 산화아연(ZnO)을 선도적으로 연구하던 교토대에서 박사를 한 뒤 관련 연구를 지속해왔다”고 술회했다. 당시 그는 많은 연구자들이 화합물반도체 분야에서 태양전지 연구를 활발하게 하던 것과 달리 태양 외의 에너지원을 고민한다. 이를 통해 사람의 움직임에 의한 운동에너지나 바람처럼 자연에서 전기에너지로 변환되지 못하고 사라지는 기계적 에너지가 많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김 교수는 “ZnO은 반도체 특성뿐 아니라 압전이라는 기계적 힘을 전기신호로 바꿀 수 있는 특성을 지니고 있다”며 “마침 지난 2006년 왕 교수팀이 ZnO을 이용한 압전 나노제너레이터를 개발해 논문으로 발표한 것을 보고 이 분야 연구에 확신을 갖게 됐다”고 했다.

이후 왕 교수팀과 손을 잡고 초음파로 체내에서 마찰전기를 발생시켜 인체에 삽입된 의료기기를 구동하는 새로운 에너지 하베스팅 개념을 제안하게 됐다. 그동안 연구자들은 인체 삽입형 의료기기의 전원 공급을 위해 무선으로 에너지를 보내려 했으나 짧은 체내 전송 거리와 인체 유해성이라는 문제에 봉착했고 체내에서 에너지를 발생시키려 한 것은 충분한 발전 효과를 내지 못했다. 김 교수는 “2007년부터 정전기를 이용한 나노발전기 연구를 했는데 당시는 검증되지 않은 생소한 분야였으나 신진연구·핵심연구 명목으로 정부에서 연구비를 지원해줬다”면서 “의료와 환경 분야에 접목하는 연구를 하고 있는데 기술을 상용화하고 새로운 응용분야를 찾아 도전하겠다”며 활짝 웃었다.

한편 김 교수는 기초연구와 응용연구의 접점과 관련해 “목적이 불분명한 기초연구는 오래 지속되기 어렵고 탄탄한 기초에 기반을 두지 않은 응용연구는 사상누각이 될 수 있다”고 융합을 강조했다.
/고광본선임기자 kbgo@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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