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옥션이 젊고 유망한 작가들의 공예작품을 모아 경매에 올리는 ‘공예앤’을 오는 16일 응찰 마감하는 4월 자선&프리미엄 온라인경매에서부터 신설한다. 공예시장의 활성화와 경매 품목의 다양화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으려는 시도라 눈길을 끈다.
한국의 공예는 독창성과 예술성으로 세계 무대에서도 주목받기 시작했다. 일례로, 스페인 패션 브랜드 로에베(LOEWE)가 제정해 세계적 공예행사로 성장한 ‘로에베 크래프트 프라이즈’의 올해 최종 후보 30인 중 6명이 한국 작가다.
사군자의 난(蘭) 치는 붓질을 떠올리게 하는 유려한 곡선형 가구인 강우림 작가의 참죽나무 의자와 체리나무 조명 세트(이하 추정가 1,500만원)는 전시장에서도 단연 눈길을 끈다. 부드럽고 유기적인 형태를 통해 가구와 함께하는 인간, 관계 등을 고민하고 배려한 흔적이 역력하다. 강 작가는 청주공예비엔날레, 공예트렌드페어에서 상을 받고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KCDF)갤러리 기획전과 DDP영디자이너챌린지 등에 초대되는 등 왕성하게 활동 중이다.
호두나무 프레임에 루이뷔통의 가죽 가방으로 양쪽 장식을 한 한성재 작가의 스피커(1,480만원)는 명품의 분위기가 물씬 풍긴다. 나무와 금속을 자유롭게 다루는 한 작가는 파리 메종드오브제, AAF밀란, 디자인 마이애미 등 굵직한 디자인 행사에서 이미 이름을 알렸고, 지난해 방한한 덴마크 왕세자를 위한 대통령의 선물로 그의 작품이 발탁됐다.
도예가 신정현과 김유미가 협업하는 ‘토림도예’의 ‘파도문 개완 3인 세트’는 정가 51만5,000원인 작품이 시작가 22만원에 경매에 오른다. 차를 우려내는 개완과 우린 차를 각 잔에 나눠 따르는 숙우, 잔과 잔받침 3세트에 화병까지 포함됐다. 푸른색 도자기에 바늘로 그려낸 섬세한 파도문양이 어우러져 격조있는 다기를 이뤘다.
양웅걸·박선영 작가가 협업한 ‘청화호족반’(이하 추정가 80만~100만원)은 다리는 전통 가구인 소반의 형태지만 윗 부분이 청화도자기로 이뤄져 독특하다. 흰 도자 위에 청화 꽃무늬를 꽉 채워 생소하지만 묘한 조화가 돋보인. 시작가는 33만원이다.
김현희는 전통 목가구의 형태에 기반을 두되 막힌 공간을 뚫어 놓거나 전혀 다른 소재를 접목하는 방식으로 가구 디자인의 경계를 허물어 놓는 작가다. 문갑의 틀을 갖고 있지만 놋으로 장식된 출품작(300만원)은 시작가 130만원에 경매에 오른다. 세대 간의 공감을 조명 작품에 투영한 김재형, 나무로 작업한 블루투스 오디오를 선보인 안문수 등 30명의 작가들이 참여했다.
케이옥션 측 관계자는 “국내 공예 산업은 중국·동남아의 저가 제품에 밀려 시장이 위축됐고, 우리 공예의 작품성과 예술성에 비해 정작 생활 속에서 공예를 즐기고 소비하는 데는 무심했던 경향이 있다”면서 “이탈리아, 프랑스 등 유럽 국가들이 전통적 기법을 현대적 디자인과 결합해 명품으로 발전시킨 사례처럼 우리 공예에서 고부가가치 창출 산업으로서의 가능성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번 공예 작품 판매금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힘겨운 문화예술단체를 돕는 데 기부될 예정이다.
공예 뿐만 아니라 국내외 근현대미술과 고미술, 고가구 등이 경매에 오른다. 출품작은 케이옥션 홈페이지를 비롯해 강남구 신사동 사옥 전시장에서 볼 수 있다. 응찰은 16일 오후 4시부터 10점씩 5분 간격으로 마감된다.
/조상인기자 ccsi@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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