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전 세계 스포츠가 사실상 ‘올스톱’된 가운데 스포츠 브랜드들도 울상을 짓고 있다. 경기나 선수를 활용한 마케팅이 전면 차단되다시피 했고 미국과 서유럽의 오프라인 매장은 거센 바이러스 확산에 운영 중단에 들어갔다. 하지만 글로벌 브랜드들은 전례 없는 위기에 ‘코로나 극복 마케팅’으로 대응하며 온라인 상에서 큰 호응을 얻고 있다. 개별 제품 홍보보다 브랜드 이미지 전파에 초점을 맞춰 코로나 사태 이후의 고객 확보를 준비하는 것이다.
글로벌 브랜드들은 각자의 슬로건으로 캠페인성 마케팅에 열을 올리고 있다. 나이키가 앞세운 극복의 메시지는 ‘플레이 인사이드, 플레이 포 더 월드(Play inside, play for the world)’다. 사회적 활동의 제한을 유도하는 동시에 실내에서의 운동을 멈추지 말라는 의미도 갖고 있다. 나이키가 후원하는 대표적인 선수인 ‘골프황제’ 타이거 우즈는 이 슬로건 아래에 자신의 사인을 넣은 뒤 실내 골프 시뮬레이터로 연습하는 사진을 인스타그램에 올렸다. 국내에서는 쇼트트랙 심석희, 축구 이동준, 탁구 신유빈 등을 내세워 ‘우리의 힘을 믿어’라는 캠페인을 펼치고 있다. 나이키 측은 “가장 어려운 시기에도 연대와 영감의 원천은 스포츠로부터 나온다. 힘든 상황 속에서도 모든 이들이 일상에서 건강을 유지하며 계속해서 운동할 수 있도록 독려하기 위해 기획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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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더아머는 ‘지름길은 없다. 오직 돌파(The Only Way Is Through)’라는 슬로건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지난 1월부터 선보인 슬로건인데 코로나19 확산 이후로는 ‘함께 돌파해나가자(Through This Together)’는 메시지로 발전시키면서 더 주목받고 있다. 이 회사는 최근 마스크와 의료용 가운 제조를 시작해 본사가 있는 미국 볼티모어의 의료진 돕기에 팔을 걷어붙이고 있다. 의료진을 중심으로 마스크 50만개를 제공할 계획이다. 뉴발란스도 ‘지금이 바로 우리의 정체성을 깨달을 때(Now is when we all discover who we can be)’라는 메시지와 함께 ‘활동은 멈추되 협력은 멈추지 말아야 한다’는 내용의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이 회사 역시 신발 생산을 줄이고 마스크 제작에 착수했다. 나이키 또한 의료용 마스크 시험 제작을 시작했다.
아디다스의 슬로건은 ‘홈팀(HOME TEAM)’이다. 스포츠의 팀플레이처럼 사회적 거리 두기에 모두가 참여해야 한다는 내용이다. 소셜미디어에서는 ‘홈팀’ 해시태그를 단 영상을 쉽게 만날 수 있다. 폴 포그바(맨체스터 유나이티드), 다비드 루이스(아스널) 등 전 세계의 아디다스 후원 선수들이 밖에 나가지 않고 즐길 수 있는 ‘나만의 집콕 라이프’를 직접 들려준다. 영상 속 선수들은 기타를 배우거나 줄넘기를 하거나 아이를 돌본다. 첼시 주장인 세사르 아스필리쿠에타는 1,000조각짜리 퍼즐을 맞춘다.
이들 브랜드들은 소셜미디어나 자체 앱을 통해 ‘집콕 운동’ 전파에도 열을 올린다. 15~60분짜리 홈 트레이닝 영상을 200개 가까이 제공하는 나이키트레이닝클럽(NTC) 앱은 주간 유저가 최근 100% 이상 증가했다. 언더아머 소셜미디어에는 피트니스·요가 트레이너들의 강습 영상이 넘쳐난다. 관심 있는 동작을 찾아 트레이너와 눈을 맞추면서 1대1 퍼스널 트레이닝(PT)처럼 운동할 수 있다. 영상 속 트레이너들은 하나같이 해당 회사의 주력 제품을 착용하고 등장해 광고모델 역할을 겸한다.
/양준호기자 miguel@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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