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해결 조짐을 보일 때 한국 경제는 더 큰 숙제에 직면하게 된다.
옥석을 가리지 않은 유동성 지원에 필연적으로 따르는 기업 구조조정 작업이 바로 그것이다. 한국경제연구원이 올해 우리나라 성장률을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이후 가장 낮은 -2.3%로 잡았고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도 9일 금융통화위원회 회의 이후 “올해 우리 경제는 플러스 성장을 할 것으로 예상하지만 1%대는 쉽지 않다”고 고백했다. 성장률 급락에 따른 기업 구조조정은 선택이 아니라 필연이라는 얘기다.
지금부터라도 구조조정 ‘컨트롤타워’를 서둘러 구축하고 진용을 짜야 한다. 회생 가능성은 있지만 일시적 유동성 위기에 빠진 기업을 선별하는 혜안을 갖추고 부실·한계기업은 과감하게 도려내는 용단과 결기를 가진 ‘구조조정의 화타’를 찾아야 한다. IMF 삭풍을 겪고서도 우리 경제가 남보란듯이 재기할 수 있었던 것은 뼈를 깎는 기업 구조조정을 선제적으로 단행했기 때문이다. 과거의 귀한 성공경험에서 지혜를 얻어야 할 때다. 청와대와 여당의 눈치를 보는 현재의 경제부처 시스템으로는 기대난망이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을 총선 이후에도 중용할 것이라면 구조조정에 힘을 실어줘야 하고 교체할 생각이라면 구조조정 전문가를 등용해야 한다.
조영무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기업을 죽이고 살리는 것은 한국 경제의 미래와도 직결된다. 제대로 진맥하고 처방전을 내는 명의(名醫)를 찾아야 한다”면서 “구조조정 사령탑이 금융과 산업을 꿰뚫고 있어 시장은 물론 해외 투자가에도 믿음을 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정치권의 입김을 물리칠 수 있는가 여부다. 총선의 여파로 정치권에서는 부실기업도 지역 민심을 의식해 ‘무조건 살려야 한다’는 주장이 빗발칠 게 뻔하다. 정치권의 외압에 밀려 회생 가능성도 없는 기업에 대규모 공적자금을 투입하며 국민 혈세를 쏟아부었던 뼈저린 실패를 거듭해서는 안 된다. 이항구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장관은 물론 기업에 자금을 지원하는 국책은행도 정치 바람을 탈 수 있다”며 “구조조정의 성패는 지휘관이 정치권의 입김에서 벗어나 기업과 산업의 미래만 보고 얼마나 소신을 관철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지적했다.
4·15총선이 끝나고 다음 대선(2022년 3월) 때까지 큰 선거가 없는 점은 그나마 다행이다. 정치적 이해관계에 얽매이기보다 구조조정의 칼잡이가 소신대로 정책을 추진할 수 있기 때문이다. 부실기업을 구조조정하지 않으면 한국 경제가 글로벌 시장에서 구조조정될 수 있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할 때다. /손철·김상훈기자 runiron@sedail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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