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광모 LG(003550)그룹 회장이 LG유플러스(032640)에 강한 신뢰를 보내고 있다. 사업재편이나 인사 등 경영판단에 그치지 않고 지주회사인 ㈜LG가 직접 지분 매입에 나서고 있다. 특히 LG유플러스 지분 매입이 구 회장이 그룹 승계 이후 지주회사를 동원한 첫 계열사 지분 매입이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재계에서는 구 회장이 이번 결정을 시작으로 제조·화학·통신 등 그룹의 3대 축에서 상대적으로 입지가 미약했던 LG유플러스에 힘을 실어 미래 포트폴리오를 단단히 다지겠다는 복심을 드러낸 것으로 풀이하고 있다.
10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LG는 총 900억원을 마련해 LG유플러스 주식 853만주를 장내 매입해 지분율을 기존 36.05%에서 38.0%까지 끌어올리겠다고 이달 초 자율공시하고 지난 2일부터 분할 매수에 들어갔다. 공시를 통해 밝힌 주당 매입가는 1만550원이다. LG의 한 관계자는 “지주사의 계열사 지분 매입이 과거에도 있었지만 구 회장 체제 이후 처음”이라며 “증시 상황에 맞춰 주당 매입가와 주식 수는 변동될 수 있으며 매입이 모두 완료된 후 별도로 공시를 낼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LG유플러스가 구 회장 체제 지주회사의 첫 지분 매입 대상이 된 이유는 뭘까. LG그룹 측이 경영권 안정차원이라고 밝히고 있지만 이미 ㈜LG는 지난해 말 기준 LG유플러스 지분을 36%나 보유하고 있다. LG전자(066570)(34%)·LG화학(051910)(33%)보다 많다. 굳이 경영권 안정 차원에서 지분율을 끌어올릴 필요는 없는 셈이다.
재계에서는 구 회장이 강조하고 있는 디지털트랜스포메이션 추진을 위한 전략적 차원에서 힘을 싣는 것으로 보고 있다. 그간 LG유플러스는 통신업계 후발주자로 SK텔레콤이나 KT에 밀려 ‘만년 3위’ 이미지가 강했다. 그룹 내에서는 이미 탄탄하게 자리를 잡은 전자·화학 등보다 매출도 크게 낮은 편이다. 그룹 내에서 목소리가 약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하지만 구 회장 체제 이후 상황은 바뀌었다. 미래 사업인 사물인터넷(IoT)과 인공지능(AI) 등의 기반이 초고속 통신망이라는 점과 디지털트랜스포메이션 추진에서 정보기술(IT)에 기반한 통신업이 그룹 내 계열사와의 시너지를 꾀하기 좋다는 점이 부각되기 시작했다. 여기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소비자의 집콕 생활이 이어지면서 홈미디어 사업본부를 중심으로 견실한 매출을 올리며 향후 성장성도 높다는 점이 LG유플러스의 매력을 높였다. 이 같은 미래 전략차원에서 구 회장이 코로나19 영향을 직접적으로 받는 제조·화학 분야 계열사를 제치고 LG유플러스에 힘을 실어줬다는 분석이 나온다. LG그룹 내부에서는 “사업의 미래 확장 가능성을 고려해 그룹 자원을 배분한 결정”이라며 “특히 (회장 부임 이후) 첫 계열사 지분 매입이라는 점에서 첨단기술 분야에서의 먹거리를 찾아낼 수 있는 LG유플러스에 높은 평가를 한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올해와 내년 대규모 투자를 집행해야 하는 LG유플러스의 경영상황을 고려해 지주사가 ‘든든한 뒷배’ 역할에 나섰다는 해석도 나온다. 실제로 LG유플러스는 5세대(5G) 이동통신 품질 강화를 위한 기지국 인프라 추가나 내년에 진행될 주파수 재할당 등에 수조원대 투자를 집행해야 할 상황이다. 물론 이번 지분 매입은 장내에서 이뤄지는 만큼 LG유플러스의 재무제표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지는 못하지만 영향력을 높인 지주사가 대주주로서 대규모 투자에 방향타를 잡아나가겠다는 의지가 읽힌다.
또한 LG유플러스가 통신주로 배당 성향이 강하다는 점도 이유로 꼽힌다. LG화학이나 LG전자·LG생활건강(051900) 등 주요 계열사가 각각 0.6%, 1.0% 0.9% 수준의 시가배당률(보통주 기준)을 발표했으나 LG유플러스는 2.8%로 높은 편이다. 코로나19로 LG유플러스 주가가 1만원대 초반까지 떨어졌던 점도 지주사가 적은 금액으로도 지분을 크게 높일 수 있다는 점도 고려된 것으로 보인다. 이에 익명을 요구한 업계 관계자는 이번 지분 매입에 대해 “그룹을 이끄는 구광모 회장이 추가로 LG유플러스의 지분을 확보해 ‘책임경영’을 강화하려는 일환”이라며 “코로나19 여파로 주식시장이 불안정하지만 그럴수록 경영권 강화하기에 좋은 시기로 판단한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이수민·권경원기자 noenemy@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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