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지원 대상에서 제외된 A급 회사채가 청약에 나선다. 이들 회사채 가운데 이달 돌아오는 만기규모가 1조원에 달해 자금조달에 실패하면 후폭풍도 상당할 전망이다.
12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현대오트론(A)을 비롯해서 지원대상 여부가 불투명한 한화솔루션(AA-) 등이 13일 사전청약에 나선다. 뒤이어 기아차, 오리온, SK에너지, GS 등의 AA급 기업들의 발행이 줄줄이 예정돼 있다.
정부가 조성한 채권시장안정펀드는 AA급 이상의 회사채만을 대상으로 한다. 신용등급이 떨어지면 가격 손해를 감수하고 포트폴리오에서 편출 할 정도로 지원대상이 까다롭다. 때문에 지원대상이 되지 않는 AA- 이하의 회사채 발행이 성공할 지 여부를 시장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주목하고 있다. 현대오트론(A)의 발행 예정 물량은 500억원이다. 물량 모두를 시장에서 모집하면서 최근 얼어붙은 회사채 시장의 투자심리를 오롯이 보여주는 가늠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달 만기가 돌아오는 A급 회사채는 약 1조원. 대부분 기업들이 시장 수요를 태핑하면서 시기를 조율할 뿐 구체적인 계획을 잡지 못하고 있다. 물량을 시장에서 자력으로 소화시켜야 하기 때문이다. IB업계의 한 관계자는 “미매각이 발생한 기업은 유통가격에 영향이 클 뿐더러 이후 회사채 발행을 통한 자금 조달도 어려워진다”며 “발행 주관 계약을 맺은 곳은 많지만 섣불리 시장에 나가기 힘들어 다들 관망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윤원태 SK증권 연구원 역시 “보유 현금으로 상환할 여력이 있는 곳은 현금 상환하려고 할 것”이라며 “추후 회사채 시장이 좋아지면 그때 다시 발행하자는 분위기가 있을 수 있다”고 전했다.
비우량채인 BBB등급 회사채 만기도 이달 4,000억원어치가 몰려 있다. 연중 가장 많은 규모다. 이들은 회사채 신속 인수제와 신용보증기금이 주관하는 P-CBO를 통해 자금 조달을 지원받을 수 있다. 다만 이들 제도는 빨라야 다음달 중 시행될 전망이다. 이번달이 ‘깔딱고개’가 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BBB+ 등급인 폴라리스쉬핑은 지난 3일 120억원 규모의 단기채 상환이 돌아왔지만 차환 발행을 하지 못했다. 22일 300억원 규모의 회사채 만기도 돌아온다. HSD엔진 역시 2일 31억원 규모의 단기채를 시장에서 조달하지 못하고 겨우 상환했지만 24일 800억원의 회사채 만기가 또 돌아온다. 한 증권사 임원은 “신보의 보증을 받아 채권을 발행할 경우 ‘부실 기업’이라는 낙인이 찍혀 기업 입장에선 부담스럽기 때문에 제도적 수혜가 상대적으로 부족해 보인다”고 의견을 밝혔다.
/김민경기자 mkki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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