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품권 ‘꿀팁’ 하나 알려 드릴까요. 할인된 가격에 상품권을 산 뒤 액면가의 60%만 쓰고 현금 40%는 돌려받으세요. 꿩 먹고 알 먹는 장사입니다.”
12일 온라인 커뮤니티 카페인 ‘스마트한 컨슈머를 사랑하는 사람들(스사사)’에 올라온 글이다. 지역사랑 상품권 등 각종 상품권의 환불 규정을 악용해 돈을 남기는 방법이 자세히 소개돼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급격히 위축된 소비를 진작시키기 위해 할인 발행된 상품권이 ‘꼼수 재테크’의 먹잇감이 되고 있는 것이다. 지역사랑 상품권만 해도 지난 3월에만 전국적으로 7,208억원어치(행정안전부 기준)가 액면가 대비 10% 이상 싸게 판매됐다. 정부가 최근 할인 판매에 나선 5,000억원 규모의 온누리상품권 등을 합치면 조 단위 규모다. 전문가들은 “자영업자를 살리기 위한 상품권이 현금세탁에 활용될 소지가 있다”며 “정부가 경기진작을 이유로 이를 수수방관하기보다는 상품권 환불 규정을 손보는 등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이번에 문제가 된 ‘스사사’의 경우 가입자 수가 88만명에 이른다. 이들에게 지역사랑 상품권을 활용한 재테크 정보가 공유된 셈이다. 가령 서울사랑상품권의 경우 할인율이 최대 15%다. 고객 입장에서는 100만원짜리 상품권을 85만원에 살 수 있다는 얘기다. 만약 카페의 꿀팁대로 60만원을 사용한 뒤 환불 규정에 따라 40만원(100만원-60만원)을 돌려받는다고 치자. 고객으로서는 45만원(85만원-40만원)의 자기 돈을 들여서 60만원어치를 사용한 셈이 된다. 하지만 처음부터 액면가 60만원의 상품권을 사려면 15% 할인율이 적용돼도 51만원을 내야 한다.
이런 식의 사용법이 온라인에서 은밀히 공유된 탓인지 지역사랑 상품권은 더 인기다. 지난달 23일 판매가 시작된 서울사랑상품권은 열흘 만에 500억원이 완판됐다. 서울 자치구별로 발행된 상품권도 일주일여 만에 매진됐다. 전국 각지에서 상품권을 만들고 있으나 수요를 못 따라가는 상황. 판매처인 농협·새마을금고 등에서는 상품권이 남아 있는 지점을 찾아다니는 사람이 있을 정도다.
카페 내에서는 갑론을박도 한창이다. 한 회원은 “꿀팁을 공유받고 온 가족이 나서 제로페이로 100만원씩 저장해뒀다”며 “학원비 등에 쓰고 나머지는 환불해서 현금을 또 소상공인에 쓰면 여럿에게 좋은 것 아닌가”라고 말했다. 반면 또 다른 회원은 “이런 정보가 알려질수록 고의 환불을 목적으로 상품권을 구매하는 사람이 늘 것”이라며 “‘상품권 깡’처럼 판매자와 짜고 악용될 수 있다”고 꼬집었다.
앞으로 상품권 할인 발행이 계속된다는 점에서 보완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정부는 추가경정예산을 통해 지역 상품권 발행 규모를 3조원에서 6조원으로 확대했고 조폐공사는 이에 맞춰 월 1억장의 상품권 생산체제를 준비하고 있다. 중소벤처기업부도 온누리상품권의 10% 할인 발행에 나섰다. 한 업계 관계자는 “이런 악용 사례를 알아도 (정책당국이) 애써 미온적으로 대처하는 것은 그만큼 경기가 안 좋기 때문”이라며 “정부 입장에서는 환불하더라도 60% 수준은 소비가 늘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다른 한 관계자는 “환불 규정을 차익을 남기는 지렛대로 활용하는 얌체족을 그냥 둬서는 안 된다”며 “소비를 최대로 유인하기 위해서라도 환불 조건을 액면가의 80% 이상 등으로 개선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이재명·이수민기자 nowlight@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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