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7월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한국맥도날드 본사에선 날선 토론이 이어졌다. 1년 앞서 맥도날드 글로벌 본사가 론칭한 ‘베스트버거 프로젝트’ 의 한국 시장 적용 여부를 놓고서였다. 그도 그럴것이 고객에게 가장 맛있는 햄버거를 제공한다는 ‘베스트버거’ 프로젝트는 전세계 맥도날드 진출국 100여 개국 중 호주, 뉴질랜드, 캐나다 3개국에서만 채택됐을 정도로 맥도날드 글로벌에서도 초기 단계였다. 단지 단일 품목을 업그레이드하는 것이 아니라 ‘보다 맛있는 햄버거’를 위해 패티, 번, 심지어 조리 도구까지 바꿔야 하는 만큼 다른 국가의 맥도날드도 시작을 고민하고 있었다.
아시아에서 최대 규모 시장인 중국과 한국보다 10년 먼저 1971년 진출한 일본 시장 역시 아직 도입하지 않았던 당시 한국맥도날드는 베스트버거 도입을 전격 결정했다. 아시아 최초, 전세계 네번째였다.
13일 한국맥도날드에 따르면 앤토니 마티네즈(Antoni Martinez) 대표이사는 최근 전직원들에게 지난 3월 26일 베스트버거를 론칭하자마자 호평이 이어지는 것에 대한 감사의 메일을 보냈다. 글로벌 본사에선 이번 프로젝트를 ‘베스트버거 이니셔티브’로 부른다. 이니셔티브는 국가 간 협약이나 정책 등 거대담론에 붙는 것을 고려하면, 맥도날드의 ‘맛있는 햄버거’에 대한 다짐인 셈이다.
◇한국맥도날드 진출 30주년 프로젝트, 2년 만에 빛=베스트버거는 맥도날드 한국 진출 30주년 기념 프로젝트다. 한국맥도날드는 1988년 압구정 매장을 시작으로 한국 시장에 데뷔했다. 진출 당시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햄버거는 다소 생소한 음식이었지만 신선함과 품질을 무기로 인기를 끌었다. 당시 맥도날드가 발표한 통계에 따르면 1초에 5명이 맥도날드 제품을 주문해 왔을 정도로 한국인들에게 사랑을 받았다. 한국맥도날드는 한국 시장에서 업계 최초로 드라이브 스루, 24시간 매장 운영, 맥딜리버리, 맥모닝 등 한국 고객의 라이프 스타일 변화에 발맞춘 혁신적인 서비스와 메뉴를 도입하며 패스트푸드 업계의 변화를 선도해왔다.
한국맥도날드는 30주년을 맞아 베스트버거로 국내 시장에서 또 한번 실험에 들어갔다. 베스트버거는 모든 조리과정을 바꾸는 동시에 실습생들의 교육 프로그램까지 변화를 줘야 하는 만큼 시간과 비용차원에서 만만치 않은 프로젝트임에도 발빠른 결정을 내렸다. 국내 시장에 진출 이후 단일 햄버거 품목에 대해 양상추나 야채를 추가하거나 소스를 증량하는 경우는 있었지만, 베스트버거와 같이 모든 햄버거에 적용되는 버거빵, 패티, 소스 등 버거의 모든 것을 업그레이드하는 프로젝트는 이번이 처음이었다.
◇베스트버거, 어떻게 맛을 바꿨나=지난달 말 신제품이 나오자마자 반응은 예상보다 뜨거웠다. 베스트버거가 적용된 대표 메뉴인 빅맥, 치즈버거, 쿼터파운더 치즈버거에 대한 고객들의 호평이 쏟아졌다.
한국맥도날드는 그야말로 햄버거 맛을 좌우하는 번, 패티, 소스 등 모든 것을 바꿨다. 번의 경우 속은 촉촉한 식감을 위해 토스팅 시간을 늘렸다. 조금이라도 갓 만든 신선한 패티를 적용하기 위해 패티 수량을 자동 계산해 조리하는 첨단 조리 방식으로 적용했다. 소스 역시 50% 늘렸다.
글로벌 베스트버거를 적용하되 한국인 고유의 입맛을 고려한 현지화도 거쳤다. 한국인이 특히 민감한 것은 번. 한국맥도날드는 빅맥, 치즈버거, 쿼터파운드 치즈 등)에만 적용하는 베스트 버거의 번을 모든 버거류에 적용했다. 또 채소를 좋아하는 한국 고객의 입맛을 고려해 지난해 6월 버거에 들어가는 양상추양을 50% 늘렸다.
◇1인당 평균 구매액 15% 상승=최근 버거 맛·품질이 좋아졌다는 입소문까지 돌며 매출 상승효과도 누리고 있다. 한국맥도날드는 1인당 평균 구매 단가 상승을 고무적으로 보고 있다. 인당 평균 구매액도 15% 증가했다. 맥도날드의 대표적인 서비스인 맥도날드 드라이브스루 플랫폼 ‘맥드라이브’ 올해 1·4분기에만 차량 1,000만대가 이용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매출이 약 30% 증가했다. 지난달 전체 매출 중 맥도날드 비대면 주문 플랫폼인 맥드라이브와 ‘맥딜리버리’에서 발생한 매출 비중은 약 60%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김보리기자 bori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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