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자동차 시장 위축으로 기아자동차 국내 소하리공장 등에서 생산하는 자동차 10대 중 3대는 팔리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미국·유럽 판매망이 일제히 멈춰서 차를 만들어 수출해봐야 재고만 늘어나는 상황이다. 신용평가사들은 완성차 업계의 실적감소가 가시화하면서 현대·기아차(000270)의 신용등급 전망을 잇달아 하향조정하고 있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기아차 노사가 오는 23일부터 29일까지 휴업을 검토 중인 소하리1·2공장과 광주2공장은 한 달에 10대를 생산하면 3대를 재고로 쌓아둘 판이다.
이 공장들은 주로 수출하는 자동차를 생산하는 곳으로 지난해 4월 5만8,831대를 만들어 국내외에 판매했지만 올해는 코로나19 여파로 주문 물량이 전년 동기 대비 1만6,430대 줄었다. 각 공장이 확보한 생산능력만큼 차를 만들어봐야 이번달에 1만6,000대는 고스란히 재고로 남는 것이다.
공장별로 보면 소하리1·2공장의 타격이 가장 크다. 카니발·스팅어·K9을 생산하는 소하리1공장은 지난해 4월 1만2,202대를 생산했지만 올 4월은 6,700대 감소한 5,500여대만 생산할 계획이다. 전년 대비 생산량이 55%가량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 같은 기간 프라이드·스토닉을 만드는 소하리2공장은 이번 달에 지난해 같은 기간 생산량(1만4,114대)의 40% 수준인 5,650대를 감산할 예정이다. 예년처럼 차량을 만들 경우 2대 중 1대는 곧장 재고가 되는 상황에서 이들 공장의 물량 줄이기는 불가피해 보인다. 그나마 인기 차종인 스포티지·쏘울을 생산하는 광주 공장도 올 4월 4,080대가량 생산량을 줄일 계획이다. 이는 전년 생산량(3만2,515대)의 12.5% 수준으로 소하리 공장 대비 생산 타격이 덜한 편이다.
소하리·광주2공장은 수출용 차량 생산 비중이 큰 곳으로 코로나19 확산에 미국·유럽 등지에서 자동차 판매망이 멈춰 서며 수출이 직격탄을 맞았다. 현대차(005380)도 수출량 감소로 투싼을 생산하는 울산5공장을 지난 13일부터 17일까지 임시 휴업하기로 했다. 기아차 모닝과 레이 등을 위탁 생산하는 동희오토는 수출 물량 감소로 6일부터 13일까지 공장 가동을 중단했다.
앞서 기아차는 10일 노조에 해외 수출이 이뤄지지 않아 물량 조절을 위해 휴업할 필요성이 있다는 점을 설명했다. 현재 노사는 휴무 여부와 일정 등을 결정하기 위한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 자동차업계의 한 관계자는 “미국과 유럽 등 주요 지역의 코로나19 확산세가 아직 진정되지 않고 있다”며 “국내 자동차 산업에 미치는 피해도 더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코로나19 여파에 현대·기아차의 실적부진이 확실시되자 글로벌 신용평가회사들이 속속 신용등급 전망을 낮추거나 하향을 검토하고 있다. 국제 신용평가사 피치는 이날 현대·기아차의 장기발행자등급(IDR) 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하향조정했다. 다만 장기발행자등급은 기존 ‘BBB+’ 등급을 유지했다. 피치는 “코로나19가 현대·기아차의 영업실적과 재무 상태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을 고려해 등급 전망을 하향 조정한다”며 “코로나19 여파로 올해 세계 자동차 판매량이 지난해보다 약 15%가량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도 최근 현대차그룹 계열사들의 신용등급을 ‘부정적 관찰 대상’으로 지정했다. 무디스는 지난달 현대·기아차의 신용등급을 하향 조정 검토 대상에 올려뒀다.
/서종갑기자 gap@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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