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준금리 등 통화정책의 방향을 결정하는 한국은행의 신임 금융통화위원회 위원 4명이 확정됐다. 조윤제 서강대 국제대학원 명예교수와 서영경 대한상공회의소 지속성장이니셔티브(SGI) 원장, 주상영 건국대 경제학과 교수가 새로 임명됐으며 고승범 기존 금통위원은 연임됐다.
한은은 16일 이달 20일 자로 임기가 끝나는 금통위원의 후임위원 4명을 이같이 밝혔다. 한은법 제13조에 따라 기획재정부·금융위원회·대한상공회의소 등 각 추천기관으로부터 추천된 후보들이다.
신임 금통위원 중 조윤제 위원은 현 정권 거물급 실세라는 점에서 가장 주목받는 인물로 꼽힌다. 지난 2018년 이주열 한은 총재가 연임할 당시 유력한 경쟁자로 거론되기도 했다. 문재인 대통령의 경제 ‘가정교사’로 불리며 장관급인 주한미국대사를 역임한 조 위원이 차관급인 금통위원으로 가겠냐는 시선이 있었다. 또 지난달 말 미래에셋대우 사외이사를 맡으면서 금통위원 후보에서 멀어졌으나 최근 사외이사직에서 물러나면서 다시 차기 금통위원 하마평에 올랐다. 조 위원은 지난 19대 대통령선거 당시 문재인 후보 싱크탱크인 ‘정책공간 국민성장’ 소장을 맡으며 문 대통령의 정책 철학에 기여했다. 국제통화기금(IMF)에서 경제분석관을 지낸 그는 서강대 국제대학원 명예교수를 맡고 있다.
한은 출신의 서영경 위원은 한은 역사상 첫 여성 부총재보를 지낸 인물로 유명하다. 서 위원의 금통위 입성으로 현재 금통위원인 임지원 위원과 함께 여성이 2명인 금통위가 구성됐다. 한은에 입사해 조사국, 국제국, 통화정책국 등을 거친 서 위원은 통화정책과 조직에 대한 이해도가 높을 것으로 기대된다.
국민경제자문회의 위원으로 활동해 온 주상영 위원은 재정정책과 통화정책의 전문성과 균형감을 갖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주 위원을 추천한 금융위원회는 “코로나19 관련 중앙은행의 위기관리역할에도 탁월한 역량을 가진 전문가로 파악해 추천하게 됐다”고 밝혔다. 주 위원은 지난 2004년 정부혁신관리평가단 위원을 지냈으며 2018년부터 기획재정부 중장기전략위원회 위원과 국민경제자문회의 위원 등을 맡았다.
한은 총재가 추천한 고승범 금통위원은 연임하게 됐다. 1950년 6월 금통위가 출범한 이후 금통위원 연임은 첫 사례다. 고 위원은 금융위원회에서 금융정책국장, 사무처장, 상임위원을 역임하며 가계부채와 자본시장, 기업구조조정 관련 정책을 총괄한 경험이 있다. 한은은 연임 배경에 대해 “고 위원은 거시경제 전반에 걸쳐 전문성을 갖추고 있을 뿐 아니라 1998년 외환위기, 2003년 신용카드 사태, 2011년 저축은행 사태 때 해당 업무를 담당하며 위기 극복을 주도한 경험이 있다”고 밝혔다. 이어 “코로나19 극복을 위한 한은과 정부의 정책 협조가 어느때보다 중요한 상황에서 행정고시 출신의 고 위원이 소통의 적임자”라고 덧붙였다.
조 위원과 서 위원의 임기는 4년으로 2024년 4월20일까지다. 반면 고 위원과 주 의원은 개정된 한은법에 따라 임기는 3년으로 2023년 4월20일까지다. 금통위원 임기가 같아서 한꺼번에 교체될 경우 통화정책의 안정성이 불안정할 수 있다는 지적에 따라 이번에만 개정됐다.
차관급인 금통위원은 기준금리, 공개시장운영, 자금준비제도 등 통화신용정책에 관한 주요 사항을 심의·의결하는 업무를 하게 된다. 임기 4년을 보장받고 3억원이 넘는 연봉에 차량과 비서 등이 제공되는 데다 국회 인사청문회 대상도 아니다. /백주연기자 nice89@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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