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준금리 등 통화정책 방향을 결정하는 한국은행의 신임 금융통화위원회 위원 4명이 확정됐다. 이번 금통위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에 따른 경제 충격으로 ‘가보지 않은 길’을 헤쳐나가야 하므로 막중한 책임을 안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의 측근과 정부 쪽 인사가 포함됨에 따라 금통위가 어느 때보다도 정부 정책과 협력하는 통화정책을 펼 가능성이 커졌다. 아울러 한은 출신 인사 발탁과 현 금통위원의 연임 등으로 이주열 한은 총재의 체제도 강화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16일 한은은 이달 20일 자로 임기가 끝나는 금통위원의 후임위원 4명을 발표했다. 조윤제 서강대 국제대학원 명예교수와 서영경 대한상공회의소 지속성장이니셔티브(SGI) 원장, 주상영 건국대 경제학과 교수가 새로 임명됐으며 고승범 기존 금통위원은 연임됐다. 한은법 제13조에 따라 기획재정부·대한상공회의소·금융위원회·한은 등으로부터 추천된 후보들이다.
◇대통령 측근·정부 인사, 통화·재정정책 협력 커져
기재부가 추천한 조 위원은 참여정부 시절 대통령 비서실 경제보좌관을 지내고 문재인 대통령의 경제교사로 불릴만큼 현 정부와 연이 깊다. 조 위원은 지난 19대 대통령선거 당시 문재인 후보 싱크탱크인 ‘정책공간 국민성장’ 소장을 맡으며 문 대통령의 정책 철학에 기여했다. 2018년 한은 총재 후보로 거론되기도 한 조 위원은 장관급인 주한미국대사도 역임했다. 국제통화기금(IMF)과 아시아개발은행(ADB) 연구소에서 일한 경력이 있어 국제금융에 정통한 것으로 꼽히지만 일각에서는 장관급을 지낸 인사가 차관급 금통위원을 맡게 돼 관례를 깼다는 점에서 비판이 나오기도 한다. 조 위원의 스탠스는 기본적으로 정부와 조율될 가능성이 높고 조 위원을 통해 정부 철학이 통화정책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평가다.
금융위 추천의 주 위원도 정부 측에 가까운 인사로 꼽힌다. 주 위원은 대표적인 소득주도 성장론자로,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연구위원과 정부혁신관리평가단 위원을 거쳐 기재부 중장기전략위원회와 국민경제자문회의 위원을 맡고 있다. 그는 최근 한 칼럼에서 “사실 통화정책과 재정정책 여력 면에서 한국이 처한 상황은 미국이나 유럽 국가들보다 훨씬 낫다”며 “경제 위기상황에서 재정건전성에 집착하고 지나치게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인다면 경기회복을 바라는 글로벌 투자자들마저 비웃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주 위원이 정부의 정책 기조를 추종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우리나라의 금리 실효 하한이 제로가 아니라는 점을 인식하고 있어 어떤 정책 조합이 나올지 주목된다.
◇한은 출신 인사, 이주열 총재 친정체제 강화
새 금통위의 구성에 한은 쪽 인사들이 분포한다는 점에서 이 총재의 체제가 견고해졌다는 분석도 나온다. 금통위 7명 중 이 총재와 윤면식 한은 부총재를 비롯해 한은 부총재보 출신인 서 위원과 기존 금통위원인 고 위원의 연임으로 절반이 넘는 4명이 한은과 가까운 것으로 해석된다.
한은 내부에서는 김중수 전 총재 시절에 부총재보에 오른 서 위원이 이 총재가 임명된 후에도 탁월한 업무 능력을 보이며 이 총재와 손발이 잘 맞았다는 평가가 따른다.
연임된 고 위원은 그동안 금통위 회의에서 중립적인 인물로 평가 받아왔다. 당초 이일형 위원의 연임 가능성이 높게 점쳐졌으나 매파를 상징하는 이 위원보다 중립적인 고 위원이 무난하다는 점에서 연임된 것으로 보인다. 한은 관계자는 “비둘기파(통화 완화선호)로 분류되는 조동철·신인석 위원이 모두 교체되는 상황에서 매파 성향의 이 위원을 연임시키기에는 부담이 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은은 코로나19 사태라는 위기를 맞아 정책의 연속성 차원에서 조 위원을 연임시켰다고 밝혔다. /백주연기자 nice89@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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