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범 기획재정부 1차관이 16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사태에 따른) 실적 악화로 국내 기업들의 신용등급 하락이 본격화할 경우 자금시장 변동성이 커질 우려가 있다”며 “금융회사에 대한 규제를 한시적으로 완화하겠다”고 밝혔다.
김 차관은 이날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거시경제 금융회의에서 “국내외 신용평가사들이 기업들의 등급 전망을 부정적으로 보면서 1·4분기 실적을 주시하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김 차관은 “기업 매출이 급감하는 상황에서 금융시장마저 흔들리면 정상 기업에도 큰 부담”이라며 “금융회사가 실물부문을 충분하고 과감하게 지원할 수 있도록 적극 뒷받침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 금융위원회는 오는 19일 코로나19 대응을 위한 ‘금융규제 유연화 방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지난 6일 공개서한에서 “증안펀드 출자금 관련 자본건전성 규제, (원화·외화) 통합 LCR 규제, 예대율 등 시장에서 제기되고 있는 각종 부담 완화를 신속히 시행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우선 증안펀드 출자금은 위험가중치를 낮출 것으로 보인다. 예컨대 증안펀드로 유입되는 은행의 유가증권자산은 위험가중치가 300%로 높다. 하지만 증안펀드 출자는 특수한 경우이므로 이 수치를 낮춰줄 것으로 예상된다. 이와 관련해 김태현 금융위 사무처장은 지난달 24일 2차 비상경제회의 후 브리핑에서 “절반 이상 낮추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해 최소 150%로 하향할 것으로 점쳐진다.
LCR은 향후 30일간 예상되는 순 현금 유출액 대비 고(高)유동성 자산 비율이다. 3월 말 현재 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의 통합 LCR은 103~104%인 가운데 규제 수준을 한시적으로 낮춰 은행들의 숨통을 열어줄 것으로 전망된다. 대출잔액을 예금잔액으로 나눈 예대율 규제도 현재 100% 이하(시중은행 기준)인데, 한시적 변화를 줄 수 있다. 은행은 그만큼 적극적으로 대출에 나설 여력이 생긴다.
이날 김 차관은 “기간산업이 코로나19 충격으로 쓰러지지 않고 위기를 새롭게 도약하는 기회로 삼을 수 있도록 효과적 대응 방안을 마련해나가겠다”며 “자영업자·소상공인의 피해 극복 지원 사각지대를 보완하고 기업 도산과 실업을 최소화하는 대책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한 대책은 다음주 문재인 대통령 주재로 열릴 예정인 5차 비상경제회의에서 공개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태규기자·세종=한재영기자 classic@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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