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1월부터 바이크를 봉인해 뒀다가 3월에야 봉인을 풀었습니다. 4개월만에 라이더로 복귀한 셈이죠. 그래서 저는 매년 이맘때쯤 대림모터스쿨이라든가 파주 서킷을 찾아가곤 합니다. 겨우내 둔해진 감각을(사실 원래 둔함) 되살려야 더 안전하게 탈 수 있으니까요. 올해는 대림모터스쿨에서 개운하게 채찍질 좀 당하고 시작하려고 했는데 코로나 때문에 2월 말부터 휴강중이시더군요. 그러던 참에 KTM의 라이딩스쿨에 참여할 기회를 얻게 됐습니다. KTM 라이딩스쿨은 자사 고객들을 중심으로 진행되는데 저도 중고로 들이긴 했지만 어엿한 KTM 오너거든요.
KTM 라이딩스쿨은 예전에는 선착순 모집이었는데 최근에는 신차 출고객, 프로모션 대상자 등의 데이터베이스를 기반으로 KTM 측에서 먼저 연락을 돌린다더군요. 전화를 받으면 기뻐서 왠지 “아아…나는 선택된 자(The chosen one)인가…”라는 중2병 대사가 나올 것 같습니다.
교육 장소는 과천대공원의 드넓은 주차장. 주차장이 워낙 커서 금방 찾을 수 있을지 걱정했지만 KTM의 화려한 주황이 눈에 띄지 않을 리 없습니다. 저 멀리 주황 트럭과 깃발이 이정표가 되어줬습니다.
이날 참가자는 총 6명. 대부분이 390듀크 오너입니다. 라이딩 경력은 ‘수 회’부터 8년까지 정말 천차만별입니다. 그래서 교육장에도 복수의 코스가 준비돼 있었습니다. 넓은 원 돌기·8자 돌기, 슬라럼, 좁은 원돌기·8자 돌기 이렇게요. 일단 경력대로 투입해 보고 잘 된다 싶으면 좀더 어려운 코스로, 좀 더 연습이 필요하면 더 기본적인 코스로 재투입되는 시스템입니다.
오늘의 스승님은 여러 기사와 후기글에서 익히 성함을 들어 온 김솔 선생님. 알고 보니 지난해부터 다른 스승님이 교육을 맡고 계시는데 그 분이 코로나로 자가격리(건강하시지만 만일을 위해서라 하시네요)가 필요한 상황이셔서 이날 긴급 투입되셨다 합니다.
레이서이기도 한 김솔 선생님은 처음에 좀 샤이해 보이셨는데, 몇 마디만 나눠보면 전혀 그렇지 않은 분이라는 걸 알게 되죠. 오피셜한 교육 프로그램이라 개그 본능을 자제하신단 인상을 받았습니다. 이론교육을 시작하기에 앞서 웬 스티커를 나눠주시길래 KTM 스티커인줄 알고 받았으나 사실은 개인 굿즈였습니다. 팬클럽이라도 거느리고 계신 걸까요? 수강생들은 조금 어리둥절한 표정이었지만 일단 감사히 받았습니다.
KTM 라이딩스쿨은 아주 초보들이라도 체계적으로 배워갈 수 있는 프로그램입니다. 장비의 중요성부터 시작해 자세, 시선 등 꼭 알아야 할 내용을 이론교육 시간에 들을 수 있었습니다. “비싸고 좋은 장비라도 완벽히 보호해주진 않지만 불의의 사고에 최선을 다해 대비한다는 느낌으로 갖추시라”는 말씀이 기억에 남습니다. 5년째 바이크를 타면서도 관심이 없었던 척추 프로텍터와 꼬리뼈 보호의 중요성에 대해서도 배웠습니다. 몇 년을 탔더라도 이렇게 얻어갈 게 많은 수업이었습니다. 물론 제가 무식한 탓도 있겠습니다만…아무리 빠삭한 분이시라도 여전히 모르는 게 있을 테니, 중간중간 스승님께 직접 여쭤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귀중한 기회일 겁니다.
바이크를 타는 자세에 대해서 “상체의 힘을 빼야 하는데 보통 정직하게 살아오신 분들은 몸이 굳어있어서 못 빼신다”는 말씀도 상당히 그럴듯했습니다. 제가 나름 정직하게 살아와선지 라이딩 자세가 뻣뻣하단 얘길 자주 듣거든요. 이밖에도 바이크 초보도, 경력자도 모두 귀담아 들을 만한 내용이 많았지만 백문이 불여일참입니다. 직접 참가해 보시면 그 진가를 아실 겁니다.
이론을 마치고 본격 실기 교육에 돌입합니다. 스승님의 시범대로 코스를 돌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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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코스 저 코스 옮겨가며 열심히 연습하고 지도받다가 여차하면 탠덤 교육도 받습니다. 저는 탠덤이 참 무섭습니다(진심). 김솔 슨상님뿐만 아니라 KTM의 윤과장님도 이리저리 뛰어다니며 행사 전반과 코스관리, 교육지원까지 열일 하셨습니다.
저도 열심히 슬라럼, 원돌기 등을 연습했는데 제 원은 왜 그렇게 큰 걸까요. 언제쯤 스승님처럼 작은 원을 날렵하게 돌게 될지 또 좌절했습니다. 그런데 KTM 라이딩스쿨의 특징은 <<<따뜻한 격려>>>였던 것입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다른 라이딩스쿨이 약육강식의 정글이라든가 그런 건 아니었지만, 김솔 슨상님과 윤과장님 두 분은 모두의 좌절방지를 위해 따뜻한 격려를 아끼지 않으셨습니다. 이날 오후의 햇살만큼이나 마음이 따뜻해졌습니다.
그리고 교육을 더 흥미진진하게 해준 건, 오전과 교육 마지막의 랩타임 비교였습니다. 슬라럼, 원돌기 등 정해진 코스를 돌고 시간을 잽니다. 교육이 끝나기 직전 또 같은 코스로 도전합니다.
그렇게 비교한 결과 대부분은 큰 차이가 나지 않았지만 훨씬 좋아지신 분도 계셨습니다. 사실 실기교육 시작 전에 랩타임을 쟀다면 두 번째 기록과 차이가 컸을 가능성이 높은데, 이날은 실기 교육을 어느 정도 진행하고 다들 몸이 풀렸을 때쯤 첫 번째 기록을 재는 바람에 격차가 작았습니다.
그렇게 제게는 ‘안전기원’ 의식과도 같은 봄맞이 라이딩 교육을 마쳤습니다. 장소가 과천이다보니 코로나로 못 볼뻔했던 벚꽃도 스치듯이나마 눈에 담았습니다. 돌아오는 길에 마침 찍어둔 케익집이 있길래 고이 잘 포장해왔습니다.
워낙 거리두기가 중요한 때인지라 바이크 투어마저도 조심스럽습니다. 두유바이크 열혈독자 여러분 모두 건강하게, 안전하게 타시길 바라겠습니다.
/유주희기자 ginge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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