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속에서 코스피시장 시가총액 상위 종목들간 성적이 엇갈린 것으로 나타났다. 반도체 투톱 삼성전자·SK하이닉스가 선두권을 지키고 있는 가운데 게임·인터넷플랫폼·2차전지·바이오 업종 종목들이 하락장 속에서도 선방했다.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사회적 거리두기’에 따른 언택트(비대면) 문화가 확산되면서 이를 뒷받침하기 위한 디지털·온라인을 중심으로 한 ‘4차 산업혁명’이 가속화될 것이라는 기대가 높아진 결과로 풀이된다. 바이오 업종은 치료제 개발·생산으로 진가를 드러냈다는 평가를 받는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로나19 사태가 본격화되기 전인 1월 23일 20위권 밖에 있던 엔씨소프트(036570)·카카오(035720)는 16일 종가 기준 20위권 안에서 은행 대장주인 신한지주·KB금융을 앞서고 있다. 은행주 약세로 신한지주·KB금융의 시총은 줄어든 반면 엔씨소포트는 14조 1,823억원에서 14조 3,799억원으로, 카카오는 14조 2,698억원에서 14조 3,914억원으로 각각 시총이 늘어났다.
엔씨소프트·카카오는 비대면 문화 확산의 수혜가 기대되는 대표적인 종목으로 평가된다. 엔씨소프트의 경우 지난해 말 출시한 신작 게임 ‘리니지2M’ 인기와 함께 게임 이용 시간 증가에 따른 실적 개선 기대가 높아지고 있다. 최진성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엔씨소프트의 1·4분기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92.7% 증가한 7,076억원, 영업이익은 212.1% 증가한 2,481억원으로 전망하면서 “리니지2M 실적 반영과 리니지M 의 안정적 매출 유지로 전년 동기 대비 큰 폭의 실적 상승이 이뤄질 것”이라며 “최근 사람들이 집에 머무는 시간이 증가하며 게임 트래픽이 증가하고 있어 향후에도 안정적인 매출 수준은 지속적으로 유지 가능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설명했다.
카카오는 모바일 플랫폼으로서의 경쟁력과 함께 모빌리티, 핀테크 등 자회사를 통해 진출한 신사업 성과 기대가 상승 동력으로 꼽힌다. 황승택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코로나19로 광고 부문에 대한 영향은 부정적일 수 있으나 지난해선보인 ‘톡보드’(채팅창에 표시되는 광고 서비스)의성장 여력이 충분하고 최근 중소형 광고주 증가가 이어지면서 부정적 영향을 최소화하고 있다”며 “전방위적으로 확대되고 있는 온라인·모바일 커머스 사업 수혜가 예상되고 유료 컨텐츠도 웹툰을 중심으로 견조한 수준을 기록할 것으로예상된다”고 평가했다.
최근 미국 전기차 기업 테슬라가 다시 강세를 나타내면서 2차전지 관련주인 삼성SDI, LG화학도 상승세를 타고 있다. 삼성SDI는 2월에 신고가 35만 1,000원까지 올랐다가 3월에는 18만원까지 하락했다. 그러나 이달 들어 20% 이상 반등하면서 17일 장중 30만원을 회복했다. LG화학 역시 2월에 42만 2,500원까지 올랐다가 3월에 23만원까지 하락했고 이달 20% 이상 올라 37만원대까지 올라섰다. 코로나19의 여파로 내연기관차 뿐만 아니라 전기차 판매도 위축될 것으로 우려됐으나 주요 시장인 유럽에서 3월 순수 전기차·플러그인하이브리드 판매 실적은 오히려 2월보다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중국의 전기차 수요 역시 테슬라를 중심으로 개선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시총 10위권의 바이오 대표주 삼성바이오로직스, 셀트리온은 나란히 시총이 증가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지난 10일 미국 제약사와 4,418억원 규모 코로나19 치료제 후보 물질을 위탁 생산하는 계약을 체결했다는 소식에 장 중 26.02% 급등해 60만원을 돌파하기도 했다. 셀트리온 역시 코로나19 치료제 개발 기대에 3월 31일 하루 동안 23.78% 급등했다. 4월 1일 주요 주주의 지분 블록딜 매각 소식에 급락했으나 다시 반등하는 중이다. 이달미 SK증권 연구원은 “2019 년 하반기 미국에 출시된 트룩시마의 매출 확대, 올해 초 유럽에 출시된 램시마 SC 와 3 월에 출시된 허쥬마가 올해 실적 성장을 이끌 것”이라며 “실적 뿐만 아니라 코로나19 치료제까지 다양한 긍정적인 주가 상승 모멘텀을 보유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반면 철강 대장주 POSCO의 시총은 1월 23일 20조 9,684억원에서 16일 종가 기준 15조 3,449억원으로 약 4분의 1이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10일 1조원 규모 자사주 매입 계획 발표를 계기로 주가가 반등하는 중이지만 1월부터 3월까지 하락세가 이어진 탓이다. 증권업계에서는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제조업 기반의 기존 산업과 ICT(정보통신기술) 기반의 신산업 간 격차가 벌어질 수 있다는 진단이 나온다. 키움증권은 “코로나19로 디지털 경제의 흐름이 더욱 강화되면서 ICT 관련 제조업과 그동안 세계화를 통해 성장을 이끈 전통산업 간 성장 격차가 더욱 벌어질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박경훈기자 socool@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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