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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사S] 더블·트리플케어에 '의료비 폭탄'까지..."아파도 참죠"

[파산절벽 내몰리는 6070]

수명 길어지며 노인 의료비 껑충

1인당 진료비 年 457만원 달해

자녀 뒷바라지에 노후 준비 부족

연금 소득대체율은 39.3% 그쳐

생활고 시름하는 한계층 수두룩





“자식들이 걱정하니 아파도 아프다고 얘기를 못해요. 내가 살면 얼마나 산다고…” (서울에 거주하는 75세 A씨)

한강의 기적을 일으키는 등 한때 한국 경제의 주역이었던 60~70대. 맨주먹이지만 성실함을 기본으로 생업에 종사하며 가정을 이루고 자식들을 키워냈다. 부유하지는 않았으나 한창 일하던 때는 중산층을 꿈꿨다. 지금은 일을 손에서 놓았지만 그동안 모아놓은 자산과 국민연금·노후연금 등으로 생활하는 데 큰 어려움은 없었다. 그러나 자식들이 잇따라 사업에 실패하면서 결국 일이 터졌다. 있는 돈 없는 돈 다 끌어 도움을 줬지만 남은 것은 빚뿐이다. 나이가 들면서 건강하던 몸도 군데군데 고장이 났다. 앞으로 몸이 더 아프고 의료비가 적지 않게 들어갈 텐데 걱정이 태산이다. A씨의 사례는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6070의 모습이다. 그나마 큰 벌이는 아니나 허드렛일이라도 손에서 놓지 않은 6070은 형편이 나은 편이다. 고정수입이 없어 빚으로 빚을 돌려막는 상황까지 가면 노후파산에다 생활고까지 겹쳐 하루하루의 삶이 버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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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명은 길어지는데 ‘의료비 폭탄’은 다가오는 현실=지난 2010년 고령화 사회에 들어선 우리나라는 2018년 고령 사회에 진입했다. 오는 2025년에는 65세 이상 인구가 전체 인구의 20%를 넘는 초고령화 사회에 진입한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2017년 기준 우리나라의 기대수명은 82.7년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평균(80.7년)보다 2년 길다. 기대수명이 가장 긴 일본(84.2년)과는 불과 1.5년 차이다. 사실상 100세 시대가 열렸는데 한편에서는 가난·질병·고독 등으로 마지못해 목숨만 이어가는 노년층이 적지 않다.

서울 성동구에서 11년째 요양보호사로 일하고 있는 이은희씨는 “B씨는 80세가 넘을 때까지 식당 허드렛일과 파출부 등을 하며 사남매를 키웠는데 자식들은 정작 본인들의 경제적 어려움을 이유로 부모를 제대로 돌보지 않고 있다”며 “치매 5등급에다 복지관에서 지급하는 도시락으로 끼니를 잇고 있으니 ‘자식들을 잘 가르쳐서 뭐하냐’는 소리가 나올 만하다”고 말했다. 이씨는 “돌봄을 받는 노인들의 대부분이 고령에다 일할 수 있는 능력을 상실한 분들”이라며 “그분들의 처지를 보면 안타깝기 그지없다”고 덧붙였다.



노후파산의 가장 큰 원인은 정년 이후 소득이 줄거나 사라지는데 돈 쓸 곳은 갈수록 많아지는 데 있다. 경기둔화와 상시적인 퇴직으로 은퇴시기는 갈수록 빨라지고 있다. 반면 수명이 늘어나며 노년기는 길어지고 있다. 이는 죽기 직전에 병치레를 하는 기간이 과거보다 길어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의료비 폭탄을 머리에 이고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한국은 건강보험 등 공공의료 시스템이 가장 잘돼 있는 나라 중 하나다.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모든 것을 해결하기 어렵다. 건강보험통계연보에 따르면 65세 이상 노인 1인당 진료비는 2018년 457만원에 달했다. 2012년 300만원을 돌파했고 2017년에 400만원을 넘어섰다. 전체 가입자 1인당 평균 진료비(153만원)보다 약 세 배에 달한다

김태우 한화생명 CFP는 “과거에는 연금을 잘 준비했느냐가 노후준비의 기준이었다면 지금은 의료비를 마련할 수 있느냐의 문제로 바뀌었다”며 “미국·일본 등에서 의료파산의 사례가 점차 많아지고 있다. 우리의 경우 정서상 아파도 자식들에게 아프다고 얘기는 못하고 기존 자산을 곶감 빼먹듯이 하며 버티는 노년층들이 적지 않다”고 말했다.

◇더블케어·트리플케어 덫에 빠져 허리 휘는 5060=노후파산의 또 다른 특징은 흔히 ‘더블케어’ ‘트리플케어’로 불리는 기생파산이 갈수록 늘고 있다는 점이다. 더블케어는 노부모와 함께 경제적으로 독립하지 못하는 자녀들을 돌보는 것을 말한다. 트리플케어는 여기다 손자·손녀 양육까지 떠맡은 경우다. 팔순·구순의 노부모에다 성인 자녀, 손자·손녀까지 뒷바라지하며 허리가 휘는 6070이 적지 않다는 얘기다. 특히 결혼 등으로 독립한 자녀들이 사업실패 등으로 부모에게 기생하며 경제적인 부담을 지우는 경우가 증가하고 있다. 자녀를 책임지다 본인들까지 파산에 이르는 기생파산이 갈수록 늘고 있다는 분석이다.

그러나 대부분 6070의 노후준비는 정작 부족하다. 연금의 소득대체율이 39.3%(2017년 기준)로 OECD 권고수준인 70~80%에 크게 못 미친다. 정부에서 기초연금을 지급하고 있지만 이것만으로는 적정 생활비는 물론 최소 생활비를 마련하는 데 버거운 한계층이 적지 않다.

노후자산 구성이 부동산에 치우쳐 있다는 것도 문제다. 전체 자산의 80%에 가까운 자금이 부동산으로, 유동성을 확보하기가 쉽지 않은 구조다. 일부 전문가들은 대안으로 주택연금을 제시하지만 이마저도 아직은 한계가 뚜렷하다. 주택가격이 도시와 지방 간 차이가 크고 대출금액도 최대 1,000만원에 불과하기 때문에 근본적인 대안이 될 수 없다는 지적이다. 윤기림 리치빌재무컨설팅 대표는 “(코로나19 사태 등) 예측 불가능한 일들이 벌어지는데 모아놓은 자산은 별로 없고 대응할 방법도 많지 않은 것이 고민”이라며 “저성장 등 복합적인 문제의 결과지만 어느덧 우리 곁에 다가온 현실”이라고 말했다. /탐사기획팀=김정곤기자 mckid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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