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덕구 니어재단 이사장은 위기 상황에서 사회적 대타협을 이끌어내기 위해 대통령과 여야 간 통합 리더십이 필요한 반면 경제정책 사령탑은 전문가 집단으로 구성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특히 정부가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하고 정책 자금을 푸는 상황인 만큼 재정승수를 높일 수 있는 부문을 잘 선택해 재원을 사용해야 한다고 그는 강조한다.
정 이사장은 저출산·고령화 문제를 위해 지난 13년 동안 정부가 수십조원을 썼지만 출생률이 오히려 떨어졌다는 사례를 들었다. 그는 “재정학자들은 재정승수가 떨어졌다고 표현하지만 정부지원금의 흐름을 잘 살펴보면 엉뚱한 곳에 돈이 쓰인 것”이라며 “현장 상황을 정확히 파악하지 못하는 관료들이 자금을 집행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국가 경제 최대의 위기를 해결하려면 청와대 지휘체계를 벗어난 고도의 전문가 기구가 필요하다는 것의 그의 주장이다. 그는 “전 세계에 비슷한 시기에 전염병이 퍼지면서 유례없는 경제위기에 직면했다”며 “우리나라가 전염병 확산을 막아 경제가 제자리로 돌아가려고 해도 미국·중국 등 주요국들의 경제가 살아나지 않으면 경제 회복은 불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결국 전 세계 부가가치 사슬 구조와 산업 생태계를 종합 점검해 국내 기업들의 회생계획을 세워야 한다”며 “이는 현장에서 뛰고 있는 기업들이 제일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산업계 인사 중심의 사령탑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청와대와 국회가 아닌 산업당국과 기업가들이 주도권을 가지고 경제정책을 집행할 수 있도록 권한을 부여해야 한다는 의미다.
이어 이번 사태가 실물경제의 위기로 나타나고 있는 점을 고려해 산업당국이 중추적 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금융당국이 시중에 유동성을 공급하는 것에 더해 산업통상자원부와 대한상공회의소 등이 재원을 공급할 부문을 찾아내 재정정책의 효과를 높여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 이사장은 청와대의 지휘체계를 벗어나 경제부총리를 통해 메시지를 전달하는 방식으로 경제정책 시행시 정부 입김을 최소화해야 한다고도 밝혔다. 그는 “현 정부는 재벌개혁 등 기업가들을 겁주기에 바빴다”며 “국난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기업과 정부가 파트너십을 형성해 같은 편이라고 생각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정부가 기업에 주도권을 주되, 코로나19 태풍만 지나가면 다시 상황이 나아질 것이라는 신호를 줘야 대량해고 등의 사태가 일어나지 않는다고 그는 말한다.
아울러 저성장 기조의 장기화가 예상되는 만큼 남아 있는 역동성을 살리기 위해 기업과 정부의 소통이 활발히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세계적인 경제학자들이 U자형 혹은 V자형 반등이 어려울 것으로 예상할 정도로 세계 경기는 저성장 추세가 지속되고 있다. 그는 “우리나라도 성장동력 기반이 약화하고 늙어가고 있지만 다행히 타 선진국에 비해 잠재력이 남아 있다”며 “위기는 기회다. L자형 장기침체에 빠지지 않도록 정부와 기업이 협력해 이번 코로나19 위기를 골든타임으로 여겨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백주연기자 nice89@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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