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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대통령, 경제위기 극복 위한 노사정 사회적 대타협에 職 걸어야"

[4·15 총선 이후 한국경제]

<특별 인터뷰-정덕구 니어재단 이사장>

코로나이후 산업생태계 혁신 따라 경제 V자 반등·L자 침체 결정

대통령 리더십 발휘...국회도 '경제가 정치보다 상위개념' 명심을

한은 회사채 매입 부도 막고 종부세 인상 등 수요억제 정책 바꿔야





“문재인 대통령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경제위기 극복을 위한 노사정 사회적 대타협에 바로 나서야 합니다. 시간을 지체하면 우리 경제 생태계는 붕괴 수순에 들어갈 겁니다. 문 대통령은 사회적 대타협에 직(職)을 걸어야 합니다.”

20일 서울 역삼동 니어재단 사무실에서 만난 정덕구 니어재단 이사장은 4·15 국회의원 총선 이후의 한국 경제 상황이 그 어느 때보다 엄중하다며 서로 고통을 나누는 협력 정신이 무엇보다 절실하며 문 대통령이 리더십을 발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코로나19 사태 이후 산업생태계를 혁신하느냐 못하느냐에 따라 우리 경제가 V자 또는 U자 반등을 하느냐, 아니면 L자 침체를 이어가느냐 기로에 놓이게 될 것”이라며 “국회도 지금은 경제가 정치보다 상위개념에 있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코로나19 우려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지난 2~3월이 생존을 위한 ‘공포’의 단계였다면, 4월 이후로 우리나라 경제 생태계는 ‘붕괴’의 초입 단계에 들어선 것으로 진단했다. 정 이사장은 “문 대통령이 경제 중대본 체제를 가동하라고 한 것은 시의적절하다”면서 “당장 위기관리 컨트롤타워를 꾸리고 정부와 노조·기업이 고통을 분담하며 ‘오월동주(吳越同舟)’하는 사회적 대타협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정 이사장은 김대중 전 대통령 시절 재정경제부 차관에 이어 산업자원부 장관을 지냈다.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때 기업 구조조정 등 큰 역할을 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2007년부터 동북아시아 전략 연구기관인 니어재단을 이끌고 있다.

사회적 대타협으로 경제 생태계 붕괴 막아야

정 이사장은 한국 경제의 상황을 공포 단계를 서서히 벗어나 산업 위기발 붕괴 초입 단계라고 진단했다. 그는 “2·3월에 코로나19로 인한 공포심리로 사람들이 주식 등 자산을 투매함에 따라 증시가 폭락했다”며 “이에 따라 주요국들이 기준금리를 인하하고 시장에 자금을 뿌리며 두려움을 잠재웠지만, 지금과 같은 붕괴 단계에서는 자금 투입만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정 이사장이 내세운 일차적 답은 ‘사회적 대타협’이다. 여야 정치인들이 경제를 정치의 상위개념으로 두고 국가 위기 극복을 위해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생각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정치적 이슈나 진영의 이익을 위한 여야의 여러 가지 목표가 있다”며 “총선에서 180석을 차지하며 거대 여당이 파워그룹으로 떠올랐지만 지금은 정치권력의 행사를 연말까지 유보해야 하는 중차대한 시기”라고 말했다. 이어 “야당도 저항세력으로 남으면 안 되고 서로가 대안 제시 마련에 몰두하면서 같은 배에 타야 한다”고 덧붙였다. 코로나19 사태가 해결될 때까지 여야가 정쟁을 걷어치우고 300석을 하나로 모으는 국론 통일이 필요한 시점이라는 말이다.

정 이사장은 두 번째 대타협의 주체로 한국은행을 꼽았다. 그는 신용등급이 조금 낮은 채권이어도 기업의 줄 도산을 막기 위해 한은이 적극적으로 나서서 매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은 금통위원을 지내기도 한 그는 IMF 위기 당시를 거론하며 한은의 적극적 역할을 주문했다. 정 이사장은 “1998년 IMF 위기 때도 한은이 저신용 채권 매입을 꺼렸고, 중앙은행의 보수적인 특성상 정부 보증채와 우량 회사채 위주로 인수하려고 했다”며 “하지만 지금은 비우량 채권이라고 할지라도 심사 조건부로 한은이 인수해 우선 기업의 부도를 막는 게 시급하다”고 말했다. 정부와 중앙은행·국책금융기관·시중은행이 모두 한마음으로 고통을 분담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어 그가 내세운 세 번째 대타협의 주체는 노사다. 산업 위기가 가계 부문으로 전이되는 대량 실업난을 막기 위해서는 기업이 존속해야 한다. 위기 상황에서 기업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비용절감이 필수적인 만큼 임금 삭감 등 노동자들의 고통 분담이 전제돼야 한다. 그가 말하는 타협은 직장 내 자리를 유지해준다고 하면 사기업·공기업은 물론 금융권 노동조합 등 노동자그룹이 자발적으로 임금의 30%를 삭감하거나 일정 수준의 잉여인력 해고에 동의하는 모습 등이다.

IMF 위기 때 재무부 차관이었던 정 이사장은 정리해고를 조건으로 내걸고 기업의 회생을 지원하는 정책을 폈다. 그는 이를 ‘지속 가능한 위기 극복’의 배경이라고 설명했다. 고용을 모두 유지하면 좋겠지만 경제를 회복시키기 위해서는 뼈를 깎는 고통으로 일부 피를 흘릴 수밖에 없다는 의미다. 그는 “정부가 운영자금을 지원해주고 세금도 깎아줘 기업의 영업을 존속시켰더니 해당 기업의 노동자들이 예전과 같은 임금을 받아가면 기업은 다시 생존의 어려움에 빠진다”며 “위기가 끝날 때까지 서로가 희생하며 때를 기다려야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종부세 인상·주52시간 정책 등 수요 억제정책 폐기해야

정 이사장은 코로나19발 경제위기의 원인을 총수요 부족으로 분석하며 이를 억제하는 정책들을 잠정적으로 폐기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 세계적인 전염병 확산으로 공급망이 무너졌지만 이에 못지않게 수요도 함께 사라지면서 경제의 위기가 심화하고 있다. 그는 “지금은 사람들의 이동을 제한하고 가둬놓는 ‘임모빌리티(immobility·정지)’의 상황”이라며 “경제가 순환하지 못하며 산업·가계의 컨베이어벨트가 끊어진 마당에 규제를 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의 말에 따르면 현 정부가 법인세·재산세·종합부동산세 등을 올리고 주 52시간을 확대하고 최저임금을 인상하는 정책을 이어갈수록 수요는 살아나기 어렵다. 그는 “경제 주체들의 발목에 무거운 쇠사슬을 하나씩 다 달아놓고 돈을 뿌리면 무슨 소용이 있느냐”며 “확장적 재정정책으로 가계와 기업에 돈을 풀면서 오히려 총수요를 억제하는 모습”이라고 지적했다. 정 이사장은 기존 정책 중 수요를 막는 것은 과감하게 수정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주 52시간 근로제는 산업별로 탄력적으로 시행하게 하고 최저임금은 동결해 고용감소로 이어지지 않게 하는 방향이다. 그는 “기업이 부도나고 개인이 파산하려는 마당에 세금을 높이는 건 아무 소용이 없다며 감세정책을 신중히 검토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 이사장은 기업 경영 곳곳에 걸림돌로 존재하고 있는 규제조치를 완화해야 한다고도 주장했다. 기업들이 국제무대에서 경쟁력을 갖기 위해서는 자유로운 시장경쟁 환경의 보장이 중요하다는 뜻이다. 전 세계 공급망이 유기체적으로 연결된 글로벌 경제사회에서 한계기업이나 사양산업은 정부의 유동성 지원으로 도산을 지연시킬 수는 있어도 더 이상 존속할 수 없는 시대가 도래했다. 정 이사장은 “노동시장의 경직성을 강화하는 정책이나 기존 이해관계자들의 지대추구 행위 등이 혁신 사업에 뛰어드는 기업 입장에서는 모두 규제”라며 “원격의료 활성화나 공공 운수 생태계의 변화로 평가받았던 ‘타다’ 서비스 등 서로 다른 이해가 상충하는 시장 부문에서 혁신이 일어나도록 정부와 국회 차원에서 총대를 메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경제침체의 돌파구로서 구조조정의 필요성도 언급했다. 그는 “자원이 한정돼 있기 때문에 구조조정 마인드가 필요하다”며 “고용이 창출된다고 해서 모든 기업에 자금을 지원하면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오히려 이번 위기를 기회로 삼아 한계기업·사양산업에서 이어온 고용을 혁신 부문으로 흡수할 수 있도록 산업구조 개편의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덧붙였다.

국난 극복 컨트롤타워 서둘러야

정 이사장은 정부와 여당이 노동계 분담 등 사회적 대타협과 기존 정책 방향 선회 등을 한 달 이내에 이끌어내지 못하면 경제 붕괴를 막기 어렵다고 경고하며 국난 극복 컨트롤타워 설치와 대통령의 결단을 강조했다. 그는 “이번 총선에서 거대 여당이 탄생한 것은 위기가 오니까 국민들이 대통령에게 힘을 실어준 것”이라며 “국민 지지율을 기반으로 고통을 각 경제주체에 분담시켜 시장구조를 살려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단기 포퓰리즘에 빠져 고통분담을 결단하지 못하면 국민의 지지를 받아놓고도 경제가 망가져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상태가 된다”고 꼬집었다.

국난 극복 컨트롤타워가 설립돼 제대로 작동하려면 여야·노사가 한배에 타야 하는 만큼 대통령이 통합 리더십을 보여야 한다고 그는 말한다. 사회적 대타협을 이루려고 하거나 기존 정책을 전환하려고 하면 이해관계자들의 충돌을 맞닥뜨리기 마련이다. 정 이사장은 “대통령이 국정의 최우선순위를 경제회복으로 선언하고 컨트롤타워가 관련 사항을 일괄 결정하도록 권한을 위임함으로써 정치·정책 프로세스의 생산성을 높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 이사장은 ‘정치·정책 프로세스’란 정부의 정책을 정치적으로 매듭짓는 과정이라고 말한다. 그는 “국난 극복과 관련한 논의를 정쟁 차원에서 패스트트랙에 올리는 것이 아니라 여야 합의에 의해 신속하게 처리될 수 있도록 국회 내에 기구를 설립해야 한다”며 “예를 들어 국회의원들이 지역구의 이해관계에 따라 기업의 부도나 실업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각개로 뛰게 만들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노사 고통 분담도 저항에 부딪힐 수 있지만 대통령이 국가 경제를 위한 결단을 강조하고 국민 앞에 나서서 각종 정책들이 정치적 세리머니로 끝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국가 공동체의 이익과 진영의 이익이 충돌할 때, 진영의 이익을 버릴 수 있는 국가적 리더십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조언했다.

특히 우리나라는 경제문제가 사회문제로 변하는 기저질환을 앓고 있는 점도 정부의 역할론을 부상시킨다고 말했다. 그의 말에 따르면 빈부 격차 등 사회 양극화와 저출산·고령화 등의 문제는 정부가 재정정책을 펴 예산을 쏟아부어도 좀처럼 해결되지 못하고 있다. 사회의 영역이 됐기 때문이다. 그는 “저성장과 양극화가 동시에 일어남에 따라 실업난이 심화하면서 경제 권역 내에서 생활하는 주체들이 숫자가 자꾸 줄어들고 있다”며 “이 같은 상황에서 경제 권역 내에 들어가지 못하고 바깥에서 생존해야 하는 경제 주체들의 문제는 더 이상 경제 영역에 포함되지 않고 사회 영역에 포함돼 큰 정부를 요구하게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결국 대통령이 오월동주의 선장이 돼 대타협이 이뤄지도록 나서야 한다”고 지적했다./정리=백주연기자 nice89@sedaily.com 사진=권욱기자

◇He is...

△1948년 충남 당진 △1967년 배재고 △1971년 고려대 상학 학사 △1971년 제10회 행정고시 합격 △1983년 미국 위스콘신대 경영학 석사 △1998년 제1대 재정경제부 차관 △1999년 제2대 산업자원부 장관 △2003년 서울대 국제금융연구센터 소장 △2004년 제17대 국회의원 △2007년~ 재단법인 니어재단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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