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양형위원회(위원장 김영란)가 아동·청소년이 등장하는 음란물의 제작·유포 등 이른바 ‘디지털 성범죄’에 적용할 양형기준을 기존 관련 판결의 형량보다 높이기로 했다. 다만 형량의 범위와 집행유예 기준 등 주요 사항의 초안까지는 마련하지 못한 채 다음 달 한 번 더 회의를 열어 추가 논의하기로 했다.
양형위원회는 20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법원 중회의실에서 회의를 열어 이른바 ‘디지털성범죄’군, 청소년성보호법 11조의 아동·청소년 이용 음란물 범죄 등의 양형기준을 논의했다. 대법원은 양형위원회가 이 자리에서 디지털 성범죄에 대해 기존 판결례는 물론 법정형이 동일하거나 유사한 다른 범죄에서 권고되는 형량 범위보다 높은 양형을 권고하기로 결정했다고 전했다. 양형기준이란 판사가 법률에 정해진 형에 따라 선고형을 결정하는 데 참고하는 기준을 지칭한다. 그간 디지털 성범죄에는 양형기준이 없어 아동·청소년 성착취 동영상 관련 범죄자들이 가벼운 처벌을 받는 데 그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위원회는 6시간이 넘는 회의 끝에 법정형과 사회적 관심도 등을 고려해 디지털 성범죄군의 대표 범죄를 아동·청소년 이용 음란물 범죄로 보고 대유형 1로 선정했다. 대유형 2는 카메라 등 이용 촬영 범죄, 대유형 3은 통신매체 이용 음란 범죄로 설정하기로 했다.
다만 형량 범위와 집행유예 기준 등 자세한 사항의 의결은 한 달 뒤로 미뤘다. 위원회는 좀 더 신중한 검토를 위해 다음달 18일 회의를 다시 열어 양형기준안을 추가로 논의한 후 의결하기로 했다. 위원회의 한 관계자는 “결정이 늦어지는 것은 사실이나 사안이 엄중하다 보니 심사숙고가 필요한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위원회는 다음달 회의 후 오는 6월22일 공청회를 거쳐 양형기준을 최종 결정한다.
/박준호기자 violato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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