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안중근 의사의 유해를 찾기 위해 중국·북한과 협력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21일 정부 관계자에 따르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상황이 진정되면 안 의사의 유해를 찾기 위해 공동발굴작업 형식으로 중국·북한과 협업을 추진할 예정이다.
“고국에 묻어달라”는 유언을 남긴 안 의사는 110년 전 형장의 이슬로 사라졌고 아직도 유해의 행방은 묘연하다. 서울 용산구 효창공원에 있는 안 의사의 묘는 유해가 없는 가묘다. 안 의사를 기리기 위해 애국선열의 넋이 모여 있는 이곳에 그의 가묘를 만든 것이다.
안 의사 유해 찾기는 우리 정부의 숙원이다. 중국 어딘가에 묻혀 있을 그의 유해를 반드시 국내로 모셔오는 게 국가보훈처의 과제 중 하나다. 정부 관계자는 “코로나19 상황이 진정되고 다시 외국과의 교류가 이뤄지면 중국 정부와 공동으로 안 의사 유해 찾기를 위한 협약을 추진할 계획”이라며 “또 안 의사의 고향이 북한인 만큼 안 의사에 대한 증언과 자료가 북한에 더 있을 수 있으니 북한과도 협력을 추진할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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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의사 유해 매장지로 추정되는 곳은 중국 랴오닝성 다롄시 뤼순감옥 인근이다. 이 가운데 가장 유력한 유해 매장 추정지는 뤼순감옥 뒤 원보산 지역이다.
정부는 뤼순감옥 소장 딸의 증언 등 여러 자료를 바탕으로 원보산 기슭에 유해가 묻혀 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하지만 이곳에는 이미 아파트 단지가 들어서 있어 유해발굴 작업이 쉽지 않다.
정부 관계자는 “이곳 건물(아파트)에 대한 조사를 하려면 전자파로 땅속을 탐지하는 등의 비파괴검사를 해야 한다”며 “비파괴검사는 중국 정부의 허가가 있어야 하기 때문에 중국과의 협업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중국 등과의 협업도 중요하지만 안 의사 유해의 행방을 가장 잘 알고 있을 일본의 협업을 이끌어내야 한다는 주장에 힘이 실린다. 안 의사를 사형시킨 일본은 시신을 묻은 곳에 대한 자료가 없다며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 하지만 일본이 영웅으로 추앙하는 이토 히로부미를 암살한 안 의사와 관련된 자료를 허술하게 관리할 리 없다는 게 역사학자들의 중론이다.
박종상 중국 칭다오대 국제관계학과 객좌교수는 “안 의사의 유해를 찾아 고국으로 모시는 것은 조국 독립을 위한 그의 숭고한 정신을 마무리하는 후손의 책무”라며 “일본은 역사를 반성하고 안 의사와 관련된 당시 자료를 제공하는 등 유해발굴 공동작업에 참여해 새로운 협력의 길로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정욱기자 mykj@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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