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 신임 위원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경기 대응을 위해 추가 유동성 조치를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산업생산과 소비, 경제성장률 전망치 등 모든 경제지표들이 나빠지며 한은의 역할론이 커지는 가운데 새 금통위가 경기 충격 대응을 위한 적극적인 정책을 펼 것으로 예상된다.
21일 금통위에 새롭게 합류한 조윤제·서영경·주상영 위원과 연임한 고승범 위원은 한은 본관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비전통적 통화정책 확대 등 한은의 적극적 대응에 뜻을 모았다. 조 위원은 “국내외 경제는 비상한 상황에 처해있고 한국 경제는 그동안 지속해온 구조적 변화로 상당한 도전에 직면해 있어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고 심경을 내비쳤다. 서 위원도 “경제 상황이 매우 어려운 때에 중책을 맡게 돼 막중한 책임감을 느낀다”며 “민간 부문에 대한 원활한 유동성 공급을 위해 추가 정책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임 위원들은 중앙은행의 기존과 다른 새로운 방향을 모색해야 할 때라는 점도 강조했다. 서 위원은 “코로나19가 중앙은행의 역할에 큰 변화를 가져왔다”며 “전례 없는 통화정책이 ‘뉴노멀’이 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건국대 경제학과 교수를 지낸 주 위원도 “중앙은행의 대응 능력이 시험대에 오르는 중차대한 시기”라고 진단했다. 금통위 사상 첫 연임 기록을 세운 고 위원도 연임사에서 “위기상황을 맞아 한은의 적극적 역할에 대한 기대는 어느 때보다 커져 있다”고 말했다.
새 금통위가 여는 첫 회의는 오는 23일이다. 다만 통화정책방향을 결정하는 회의는 아니어서 이날 유동성 추가 조치가 나올지는 불확실하다. 시장의 관심사는 한은이 특별목적회사(SPV)를 설립해 회사채를 매입할 지 여부다. 이미 한은이 기준금리를 0.75%로 내리고 무제한 환매조건부채권(RP) 매입과 공개시장운영 대상증권 확대, 비은행 금융기관에 대한 대출 등 대책을 쏟아낸 만큼 남은 카드로 회사채 매입을 염두에 두고 있을 것이란 분석이다.
/백주연기자 nice89@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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