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유가가 급락하고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건강 이상설까지 겹치면서 한동안 반등세를 보였던 국내 증시의 변동성이 다시 확대되는 모습이다. 시장의 불확실성이 확대됐다는 의미에서 증시의 악재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중장기적으로 시장에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2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코스피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1.00%(18.98포인트) 하락한 1,879.38에 장을 마감했다. 전날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5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가 배럴당 -37.63달러를 기록해 사상 처음 마이너스로 거래를 마치면서 국내 증시도 장 초반 약세로 출발했다.
국제유가가 급락하면서 투자심리를 위축시키기는 했지만 선반영된 면이 있는데다 6월 인도분 WTI 가격은 20.43달러를 기록하면서 하락폭은 제한적이었다. 하지만 김 위원장의 중태설이 외신을 통해 보도되면서 지수가 갑자기 요동쳤다. 외국인들의 매도세가 급등하면서 장 중 한때 3% 가까운 하락 폭을 나타내기도 했다.
부정확한 소식이지만 번번이 국내 증시의 발목을 잡은 북한 최고지도자 관련 소식에 증시는 즉각 반응했다. 공포지수로 불리는 코스피 200 변동성지수(V-KOSPI)는 전 거래일보다 20% 이상 치솟으면서 장 중 한때 40포인트를 넘어서며 변동성이 크게 확대됐다.
북한의 지도자 급변 사태와 관련한 과거 사례를 보면 지난 1994년 7월8일 김일성 주석이 사망했을 당시 국내 증시와 환율은 크게 영향을 받지 않았고 김정일 위원장 사망(2011년 12월17일) 때 역시 하루 동안 3%가량 하락한 뒤 다시 상승하는 모습을 보였다. 다만 당시에는 모두 후계자가 지정돼 있었다는 점에서 이번에는 상황이 다를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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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개별 종목 주가는 요동쳤다. 더불어민주당의 총선 승리 이후 강세를 보였던 남북경협주들은 급락했고 방위산업 관련 종목은 반대로 급등세를 보였다. 실제로 빅텍(065450)(23.76%), 스페코(013810)(20.27%), 퍼스텍(010820)(12.01%), 휴니드(005870)(6.73%), 한국항공우주(047810)(5.51%) 등 방산주들은 김 위원장 소식이 전해지면서 가격제한폭 가까이 오르는 등 강세를 기록했지만 현대엘리베이(017800)터·아난티(025980) 등 경협주는 순간적으로 10% 안팎의 급락세를 보였다.
정부가 긴급하게 ‘김 위원장 건강 이상설’을 부정하고 ‘확실한 것이 아니다’라는 추가 보도가 나오면서 시장은 오후 들어 안정을 찾는 모습을 보였다. 서정훈 삼성증권 책임연구원은 “국제유가 급락으로 투자심리가 위축된 상황에서 대북 관련 소식이 확산되면서 증시 변동성이 커졌다”며 “다만 건강 이상설을 부정하는 보도가 나오고 정부가 진화에 나서면서 시장도 안정을 찾는 모습을 보였다”고 설명했다.
국제유가 급락에 김 위원장 소식까지 악재가 겹쳤지만 개인투자자들은 아랑곳하지 않고 꾸준히 주식을 사들였다. 외국인들은 5,000억원이 넘는 주식을 팔아치웠지만 개인들은 이날 7,000억원이 넘는 주식을 순매수하면서 지수 하방을 굳건하게 지켰다. 개인들은 이틀 연속 하락하면서 다시 4만9,000원대로 떨어진 삼성전자(005930)(2,620억원)를 집중 매수했고 풍산·한국항공우주·LIG넥스원 등 방산주도 구매 리스트에 이름을 올렸다. 아울러 유가 반등을 기대하면서 원유 관련 상장지수펀드(ETF)도 대거 매수했다.
시장 전문가들은 김 위원장 건강 관련 이슈가 증시에 지속적으로 영향을 주지는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이날 외국인 매도세가 확대된 것도 최근 반등장이 지속되면서 차익실현 욕구가 북한 관련 악재와 결합했기 때문으로 해석하고 있다. 노동길 NH투자증권 연구원은 “김 위원장 건강문제는 사실 여부를 우선 확인해야 한다”며 “과거 경험칙으로 봤을 때 중장기 주가 하락 요인으로 작용하지는 않았다”고 설명했다.
/박성호기자 junpar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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