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은행들이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살아남고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비즈니스 모델의 변화가 필수적이라는 제언도 나왔다. 수년째 시장점유율을 유지하는 익숙한 경쟁에서 탈피해 차별점을 강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수호 맥킨지 한국사무소 파트너는 22일 서울 중구 더플라자호텔에서 열린 서경 금융전략포럼에서 “국내 4대 은행의 시장점유율이 54%에 달하는 등 규모는 커졌지만 이들 은행의 여신 포트폴리오 등 사업 양상은 상당히 유사하다”며 “호주나 대만·싱가포르 은행도 비슷한 자산 규모로 경쟁하지만 비즈니스 포트폴리오나 타깃층, 비용 구조가 완전히 다르다”고 말했다. 그는 “해외에서는 한국 금융시장은 비슷한 경쟁에만 익숙해져 있어 판의 변화가 필수적인 곳으로 본다”며 “선도 은행 가운데 비용 구조 등 차별점만 보여줘도 해당 은행의 확장 잠재력이 더 커질 수 있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김 파트너는 판의 재편을 위한 방법 중 하나로 대형 정보통신기술(ICT) 기업과의 협업을 통한 플랫폼 사업자로의 변화를 꼽았다. 그는 “국내에서는 네이버나 카카오 등 대형 ICT 기업과 함께 규모의 확대 등의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며 “물론 초대형 은행의 등장에 따른 소비자 보호 문제 등도 간과할 수 없을 것이기 때문에 이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플랫폼 사업자로 새로운 금융 분야를 개척한 해외 은행들의 성장전략도 소개했다. 그는 “싱가포르 1위 은행인 DBS와 인도 은행들은 기본적으로 본인들이 은행이라기보다는 플랫폼에서 조율자(오케스트레이터)로 역할을 재정립하고 있다”며 “금융과 비금융 결합했을 때 고객 입장에서 더 큰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영역 3곳을 정해 디지털화하는 등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지윤기자 lucy@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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