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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경 금융전략포럼] 윤석헌, 17년전 책 꺼내든 까닭은

■눈길 끈 尹원장의 강연

실러 저서 '새로운 금융질서' 인용

"리스크 관리영역 사회전체로 확대

많은 사람이 금융혁신 수혜 누려야"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이 22일 오전 서울 중구 더플라자에서 열린 서울경제신문 주최 ‘제18회 서경금융전략포럼’에 참석해 ‘한국 금융의 미래’를 내용으로 기조강연을 하고 있다. ‘금융, 미래 생존전략을 다시 쓰다’를 주제로 열린 이번 포럼은 사회적 거리두기에 동참하기 위해 유튜브 등 디지털플랫폼을 통한 디지털 생중계 방식으로 진행됐다./오승현기자




22일 열린 ‘제18회 서경 금융전략포럼’에서 기조 연설자로 나선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은 강연 막바지에 책 한 권을 인용했다.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로버트 실러 예일대 교수의 지난 2003년 저작 ‘새로운 금융질서(The new financial order)’였다.

‘21세기의 리스크’라는 부제를 달고 있는 이 책은 그전까지 경제학의 변두리에 물러나 있었던 리스크 관리라는 이슈를 집중 조명한 책으로도 유명하다. 불쑥불쑥 발생하는 경제적 변화와 악화하는 소득 불균형에 대응하려면 금융을 통한 리스크 관리의 범위를 대폭 넓히고 이로써 더 많은 사람이 혜택을 볼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게 실러 교수의 주장이다. 그가 일관되게 주장해온 ‘금융의 민주화’와도 이어진다.





윤 원장은 “실러 교수가 말한 ‘금융의 민주화’라는 개념을 앞으로 더 많이 생각해야 한다”며 “리스크 관리의 영역을 넓혀 실물자산에 대한 위험관리뿐 아니라 사람이 사람답게 살기 위한 위험관리로까지 금융의 영역을 넓혀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금융의 건전한 리스크 관리 원칙을 사회 전체로 확대해 더 많은 사람이 금융혁신의 수혜를 볼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얘기다. 윤 원장이 인용한 ‘금융의 민주화’의 개념이다.

실제 실러 교수는 이 책에서 세대 간 리스크 공유가 이뤄지도록 하는 세대 간 사회보험제도, 대출기관이 개인·기업·정부의 소득에 연계해 대출을 내주는 제도 등을 제안하기도 했다. 금융이 그저 ‘부자들이 돈 버는 수단’이 아니라 모든 사람에게 더 많은 금융거래의 기회를 제공하고 예측할 수 없는 위험을 관리할 수 있도록 도와 보다 더 잘 살게 만들어줄 수 있는 힘으로서 역할을 해야 한다는 문제의식에 따라서다.

최근 잇단 사고로 금융에 대한 불신이 커진 상황에서 윤 원장이 실러 교수를 인용한 것도 의미심장한 대목이다. 실러 교수는 금융이 불법과 사기가 만연한 골칫덩어리로 전락했던 2008년 금융위기 이후에도 “금융은 더 공정하고 정의로운 사회의 희망이 될 수 있다”며 금융의 순기능과 혁신의 필요성을 주장했던 인물이다. 윤 원장은 이날 “코로나 난국을 타개해가는 과정에서도 나타나듯 금융의 역할이 필요하다”며 “(불완전판매 등의 문제도) 금융사가 적극적으로 노력하면 많이 고쳐질 수 있다”고 독려했다.
/빈난새기자 binther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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