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범 기획재정부 1차관이 22일 나온 ‘기업안정화방안’ 탄생의 막전막후를 소개했다.
22일 정부는 40조원 +α의 기간산업안정기금을 조성해 항공, 자동차 등 7대 기간산업을 돕겠다고 밝혔다. 또 20조원 이상의 회사채·CP 매입기구도 발족하겠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김 차관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두개의 정책 방패’라는 제목의 글에서 “기업안정화방안에는 시장을 지키고 기업을 살릴 두 개의 든든한 정책방패가 담겨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기간산업안정기금은 지난 한달여간 구조조정실무협의체에서 관련 부처와 국책은행이 기간산업의 재무상태를 집중 분석한 결과 현재와 같은 국책은행 중심 지원방식으로는 이번과 같은 미증유의 위기에 대처하기 어렵다고 결론짓고 신속하게 마련한 특단의 대책”이라며 “처음에는 특별법을 생각하고 조문까지 준비했다가 입법의 시급성 등 여러 사정을 감안해 산업은행법 개정으로 선회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항공이나 자동차 산업을 지원한 선진국 사례를 보면 대출과 보증 신주인수권을 적절한 비율로 혼합해 위기에 처한 기업의 재무사정을 획기적으로 개선시키고 나중에 주가가 상승하면 그 이익을 기업과 정부가 공유하는 방식이 널리 쓰인다”며 “우리도 앞으로 제도를 운영할 때 우리만의 황금지원조합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기간산업안정기금을 ‘3세대 정책자금’이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1세대는 1973년 도입된 국민투자기금이다. 당시 국민투자기금은 새로 늘어난 예금의 20%까지 강제로 끌어다 만든 정책기금으로, 70년대말에서 80년대 초까지 중화학공업에 대한 대출의 70%를 담당했다고 김 차관은 설명했다. 그는 “우리 기간산업은 70년대말 오일쇼크라는 외환위기에 버금가는 시련을 만났지만 국민투자기금이 손실을 감내하면서 장기지원해 준 결과 기간산업은 그 절체절명의 고비를 넘겼다”고 회고했다. 2세대 정책자금은 외환위기 때 조성됐다. 1998년에서 2001년까지 3년간 금융산업과 기업을 회생시키는데 155조원의 공적자금이 조성됐다. 그 시기 국내총생산(GDP)의 25%에 달하는 막대한 규모의 공적자금 상당액이 기간산업을 지키고 살리는데 사용됐다.
김 차관은 “이번에 신설된 기간산업안정기금은 3세대 정책자금”이라며 “그동안 민간투자시장이 비약적으로 커졌으니 이번에는 정부와 민간이 매칭형태로 지원하고, 기업이 어려워지기 전 단계에 선제적으로 지원하는 점이 이전과 차별화되는 특징”이라고 진단했다.
김 차관은 “20조원 규모의 ‘회사채·CP 매입기구’는 정부가 출자하고 중앙은행이 유동성을 공급하는 구조로 구체화 될 예정”이라고 소개했다. 그는 “4월 들어 회사채시장은 빠르게 안정됐지만 거시금융회의에서 시장상황을 지속 점검한 결과 신용등급이 낮은 회사채와 CP·전자단기사채 차환에 잠재적인 위험이 내재되어 있고, 이 문제를 원활히 해결하는 것이 우리 기업을 살리고 금융시장 안정을 도모하는데 긴요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앞으로 기업신용등급이 떨어져서 소위 투자부적격이 되는 기업(추락천사·fallen angels)이 속출하는 상황이 오면 기존에 발표한 채안펀드와 프라이머리 채권담보부증권(P-CBO)로 대응하는데 한계가 있다고 판단했다”고 도입 배경을 밝혔다.
김 차관은 “신설될 매입기구가 어느 등급까지 얼마나 편입하고, 지원할 때 조건이나 담보는 어떻게 정할지 디테일은 지금부터 논의해 나가야한다”며 “어렵게 합의된 회사채·CP매입기구가 우리 신용물시장의 막힌 혈을 뚫어내는 효자상품이 되도록 집을 잘 짓는게 남은 숙제”라고 짚었다. 그는 “기간산업안정기금은 대공황이후 가장 큰 경제위기라는 이번 파고에서 무슨 일이 있어도 지켜 내려는 ‘21세기형 신산업정책 선언’이라며 ”회사채·CP매입기구도 훗날 금융시장 안정을 위한 정부와 중앙은행 협업모델의 새로운 이정표로 평가될 것“이라고 역설했다.
/이태규기자 classic@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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