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안 주춤했던 증권사의 랩어카운트가 올 들어 다시 기지개를 켜고 있다. 증시 변동성의 극대화로 직접투자보다는 간접투자에 대한 필요성이 커졌고 증권사들도 가입 문턱을 크게 낮춘 다양한 상품을 내놓으면서 고객 증가세가 가팔라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23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2월 말 기준 증권사의 일임형 랩어카운트 잔액은 121조1,870억원으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지난해 말과 비교해서는 4조원 이상 늘었다. 랩어카운트는 여러 가지 자산운용서비스를 한데 묶어 고객의 성향에 맞게 제공하고 자산구성과 운용, 투자자문까지 종합적으로 관리해주는 서비스다. 랩어카운트는 수십 개 종목에 투자하는 펀드와 달리 소수의 자산에 집중해 운용할 수 있는데다 1대1 맞춤형으로 자산을 관리해주며 매매 수수료가 없는 대신 고객이 수익을 봐야 증권사도 돈을 벌 수 있는 구조라 수익률도 상대적으로 높다는 장점이 있다.
한때 인기를 끌었지만 2011년 이후 위축됐던 랩어카운트가 다시 각광을 받는 것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따른 변동성 장세에 투자자들이 직접 투자에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여기에 증권사들이 최소 가입금액을 낮추고 시장 상황에 맞는 상품을 탄력적으로 선보이면서 접근성을 개선한 것도 주요한 원인 중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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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예전에는 랩어카운트 최소가입금액이 5,000만원에서 1억원 정도였지만 최근에는 억대 가입 상품은 많지 않다. 적립식 랩어카운트는 가입 금액이 수십만원대인 경우도 있다. 상품도 다양화하고 있다. 삼성전자에만 투자하는 랩이 있는가 하면 배당주들로만 구성된 랩도 등장했다. 해외 우량주식이나 상장지수펀드(ETF)만을 담은 랩 상품도 있다.
최근 나온 상품 중 대표적인 것이 삼성증권(016360)의 ‘삼성 글로벌1% 랩’ 시리즈로 국가대표 기업·정보기술(IT)·플랫폼·헬스케어 등 4개 섹터에서 앞으로 전 세계 주도권을 잡을 종목을 한국·미국·중국에서 한 개씩만 골라 산업별 4종의 랩으로 출시한 상품이다. 국가대표 기업의 경우 한국의 삼성전자, 미국의 아마존, 중국의 알리바바 세 종목으로 구성된다. 수수료도 가입할 때 0.6%의 선취 수수료와 매년 0.1%의 운용 수수료만 내면 돼 일반적인 일임형 랩보다 절반 정도로 싸다. 한국투자증권은 삼성전자 단일종목을 분할 매수 전략으로 투자하는 ‘한국투자 국민기업 랩’을 선보였고 하나금융투자는 삼성전자와 3대 금융지주사의 주식 또는 이를 포함한 ETF에 투자하는 ‘하나고배당금융테크 랩’을 출시한 바 있다.
현재훈 삼성증권 랩 운용팀장은 “최근 증가하고 있는 개인투자자들의 경우 주식투자에 대한 스스로의 전략과 방향을 갖고 있는 이른바 자기주도형 성향이 많은 것으로 분석된다”며 “이런 투자자들의 경우 압축된 산업별 핵심종목과 편리한 구매대행 콘셉트가 결합된 글로벌 1% 랩 서비스에 대한 호응이 높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성호기자 junpar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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