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해 수출·원부자재 수입 중소기업 가운데 절반 가량이 운전자금이 3개월 이후 바닥날 상황이라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2·4분기 실물경기, 고용충격이 더 확대될 가능성이 높아 정부의 기업 유동성 지원이 신속하게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24일 중소기업연구원이 이달 10~14일 자동차, 조선, 반도체 등 10개 분야 내 수출중기(336개), 수입중기(336개) 672곳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에 따르면 운전자금 운용 가능기간에 대해 ‘3개월 이내’라고 답한 기업 비율이 수출중기는 45.2%, 수입중기는 48.2%였다. 10곳 중 4곳이 3개월 후면 인건비, 구매대금 등이 바닥난다는 것이다.
업종별로는 섬유, 자동차, 석유화학·정유, 가전의 상황이 심각했다. ‘3개월 이내’라고 답한 비율은 수출중기에서 섬유가 63.3%로 가장 높았고 자동차(60.4%), 가전(52%) 순이다. 수입중기에서는 석유화학 및 정유가 70%였고 가전(68%), 조선(59.1%)이 뒤를 이었다.
코로나19로 인한 소비 감소, 생산 둔화가 수출중기에 직격탄이 된 결과다. 수출중기가운데 전년 대비 올해 매출이 50% 이상 감소한 업체는 24.4%다. 섬유의 경우 이 비율이 59.2%까지 올라 가장 타격이 컸다. 주된 경영난 원인은 해외 거래처와 거래 중단이다.
이런 경영 악화는 기업의 고용 위축에 이어 구조조정까지 불러왔다. 수출중기 가운데 ‘인원 해고나 권고사직을 시행 중’이라는 응답은 섬유가 32.7%로 나타났다. 수입중기 중에서는 조선(31.8%)의 고용 여력이 가장 떨어졌다.
상황이 이렇자 중소기업은 해외 생산기지를 국내로 이전하는 리쇼어링을 고민하고 있다. 해외로 진출한 대기업을 따라 생산라인을 구축해 온 일반적인 중소기업 경영을 볼 때 이례적인 현상이다. 이번 설문에서 해외공장을 보유한 기업 79곳 가운데 20.2%는 ‘리쇼어링을 고려한다’고 답했다.
문제는 2·4분기다. 중소기업 경영 상황이 더욱 악화될 가능성이 높다. 1·4분기 시작한 글로벌 경기침체가 2·4분기 본격화될 것이란 전망이 대다수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전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코로나19 대응 경제관계장관회의 모두발언에서 “2분기부터는 글로벌 경기 침체가 본격화하면서 실물·고용충격이 확대될 우려가 점증되고 있다”고 말했다.
한 제조업체 관계자는 “1분기는 작년 말 계약물량으로 어느 정도 버틴 상황”이라며 “올해 바이어를 만나 영업을 할 수 없었고, 해외 주문도 끊긴 영향이 2분기부터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다. 최종민 중기연구원 연구원은 “긴급한 유동성 공급과 자금애로 해소를 위한 무역금 지원이 확대돼야 한다”며 “기업의 고용사정도 더욱 악화될 것으로 보여 선제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양종곤기자 ggm11@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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