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올해 금융사의 실적이 어두울 것으로 점쳐지는 가운데 신한금융그룹과 하나금융그룹이 1·4분기 실적 방어에 성공했다. 다만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됨에 따라 사실상 실적 경고음은 2·4분기 이후에 켜질 것으로 전망된다.
신한금융그룹은 24일 1·4분기 당기순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1.5% 증가한 9,324억원으로 집계됐다고 공시했다. 은행 등 주요 자회사의 이익이 증가했고 지난 2018년 인수한 오렌지라이프의 잔여 지분이 반영된 결과로 풀이된다. 오렌지라이프 효과를 제외하면 경상 당기순이익은 8,500억원에 그친다.
주력 계열사인 신한은행은 전년 동기 대비 1.4% 증가한 6,265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거뒀다. 코로나19의 여파로 중소기업·소상공인 기업 중심으로 한 대출 성장률은 2.9%로 최근 10년 내 가장 높은 성장률을 기록했다.
반면 신한금융투자는 전년 동기 대비 34.1% 감소한 467억원을, 신한생명은 26.3% 줄어든 397억원을 기록했다. 코로나19로 대면 영업기회의 감소와 자산관리(WM) 자본시장이 위축된 결과다.
하나금융그룹은 올해 1·4분기 연결기준 당기순이익으로 6,570억원을 거뒀다. 전년 동기 대비 20.3% 늘었다. 예상치를 넘는 깜짝 실적이다. 지난해 시행된 특별퇴직 관련 비용(1,260억원)이 사라진데다 비은행 및 글로벌 부문에 힘입어 실적이 개선됐다는 게 하나금융 측 설명이다.
주력 계열사인 하나은행과 하나카드의 순이익이 크게 늘면서 실적 개선을 견인했다. 하나은행의 1·4분기 당기순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15.6% 증가한 5,546억원을 기록했다. 하나카드는 303억원으로 전년 같은 시기보다 66.1% 늘었다.
반면 하나금융투자는 글로벌 실물경기 위축과 금융시장 변동성 급증에 따라 인수주선·자문수수료 이익이 줄면서 전년 동기 대비 25.2% 감소한 467억원의 당기순이익을 나타냈다.
관건은 코로나19 장기화에 따른 2·4분기 이후 실적이다. 1·4분기는 코로나19 초반으로 선방할 수 있었지만 2·4분기부터는 장담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하나금융그룹 측은 “향후 경기침체 지속으로 일부 은행 부문 수수료이익 성장이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며 “신용카드·증권중개 등 비은행 부문 수수료 증대 노력 등을 통해 이익 안정성 제고를 위한 노력을 이어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김지영기자 jiki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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