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증시를 바라보면서 어리둥절함을 느끼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확산이 글로벌 경제에 유례없는 충격을 주면서 각종 지표는 최악으로 발표되고 있는데도 증시는 거침없이 상승하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증시는 다른 어떤 지표보다도 선행성이 강하기 때문에 하반기 경기회복을 선반영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세계 경제의 중심인 미국, 유럽, 일본이 여전히 최악의 상황에 내몰려 있고 앞으로의 전망 역시 불투명하다는 점에서 과연 자산시장이 막연한 낙관론에 빠져도 되는지 의아할 뿐이다.
과거 우리는 자산가격이 경기변동을 반영해 움직이는 것으로 생각해왔다. 생산과 소비가 활발해 기업의 이익이 증가할 때 주가가 상승하고 생산과 소비의 침체로 기업 경기가 부진하면 주가 하락을 예상하는 것은 누가 봐도 상식적인 생각이다. 하지만 문제는 이러한 전통적인 경제학이 더는 통하지 않는 시대에 우리가 살고있다는 점이다. 금융위기 이후 지난 10년동안 투자자들은 경기가 안 좋아 금리가 하락할 때도 증시는 꾸준히 상승하는 모습을 지켜보아 왔다. 물론 경기가 좋아서 금리가 상승할 때는 증시가 당연히 더 올랐다. 증시가 더이상 경기를 반영하지 못하고 어지간하면 상승하기만 하는 시대, 이른바 양적 완화의 시대인 것이다.
양적 완화는 중앙은행이 발권력을 동원해 돈을 시장에 뿌린다는 의미이다. 시카고학파의 거두인 밀튼 프리드만 교수는 과거 경기침체가 발생하면 마치 헬리콥터에서 뿌리듯 화폐를 살포해 소비를 부양해야 한다고 주장 한 바 있다. 방법적 측면에서 차이는 있지만 양적 완화는 ‘헬리콥터 머니’로 유명한 이 아이디어에 이론적 뿌리를 두고있다. 100년 전 대공황 당시 미 연준이 시장개입을 자제하다가 불황의 장기화를 초래했던 만큼 2008년 금융위기 때는 적극적으로 문제해결을 위해 뛰어들었고 그 결과 양적 완화의 시대가 시작된 것이다.
이 거대한 실험이 어떤 결과로 이어질지는 현재로선 알 수 없다. 그럼에도 조심스레 예측을 해보자면 우선, 하이퍼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도 있었지만 당분간 물가급등이 문제가 되지는 않을 것이다. 다만 중앙은행의 과도한 개입이 시장의 기능을 상실케 하고 있다는 점은 분명 사실이다. 앞서 얘기했던 실물경제와 자산가격의 괴리가 바로 그러한 사례이다. 이러한 상황이 계속되면 부실한 경제가 과대평가되고 부실한 기업조차 쉽게 자금을 조달할 수 있게 된다. 비유하자면 지금 세계 경제는 자칫 무너지기 쉬운 ‘카드로 만든 집’인 것이다.
그렇다면 이 부실한 경기상황을 우려해 투자자들은 보수적 관점으로 시장에 접근하는 게 옳을까. 그건 또 다른 문제로 봐야 한다. 중요한 점은 이 카드로 만든 집이 여전히 성장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번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미 연준은 과거 어느 때보다 강력한 유동성을 다시 한번 투입했고, 이는 과정이야 어떠하든 결국 자산가격 상승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농후하다.
이전에도 여러 번 말했듯 유동성의 시대에는 투자를 회피할 이유가 없다. 투자에 적극적으로 나서되 위험자산과 안전자산을 고르게 편입한 포트폴리오를 구성하는 것이 최선이다. 미국주식과 국내주식, 신흥국주식을 다양하게 조합하고 또 선진국채권과 금을 포함한 안전자산에도 충분한 비중을 둘 것을 권한다. 위험자산과 안전자산이 균형적으로 잘 조합된 포트폴리오는 변동성 국면에서도 나의 자산을 보호해 줄 수 있다.
현재의 상황이 카드로 만든 집이라는 걸 알면서도 이 상황을 떠나지 말라고 말한다면 분명 모순되게 들릴 수 있다. 하지만 투자자에겐 리스크를 대하는 적극성도 때론 필요하다. 시장에 대한 과감한 접근이 유동성 장세에서 선택할 수 있는 가장 현명한 전략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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