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철강업계의 제품값 인상 계획도 수요절벽 우려에 올해 하반기로 밀릴 전망이다. 가격 인상은 수익성 회복을 위한 필수 조건이지만, 주요 수요처인 자동차·조선 업황이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여파로 얼어붙으면서 협상이 ‘제자리 걸음’하고 있기 때문이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포스코와 현대제철(004020) 등 철강사들은 상반기 납품가격 협상이 연말까지 이어질 것을 각오하고 있다. 현대자동차·현대중공업 등 고객사들과 연초부터 협상을 하고 있지만, 이견이 커 타결이 요원한 상황이다. 철강사들은 자동차·조선 업체 등 대형 수요처와 반기별로 협상을 통해 제품 가격을 결정한다.
현대제철은 지난 24일 1·4분기 컨퍼런스콜에서 “2월에 차 강판 가격 3만원 인상을 요구했지만 답보 상태다”라며 “자동차 업체들과 철강사들 모두 안좋은 상황을 감안해 하반기 8월달 가격까지 연계해서 가격 협상에 임할 것”이라고 밝혔다. 포스코는 같은 날 “조선업체와의 후판 가격 협상이 이견으로 아직 타결되지 않았다”며 “연말까지 계약 시기를 확대해서 봐야 할 것 같다”고 했다.
철강사들은 후판 가격의 경우 최소 톤당 2만~3만원, 차 강판은 톤당 5만원의 인상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앞서 철강 원자재인 철광석 가격이 급등했지만 이를 제품 가격에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면서 수익성 악화에 시달리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의 철강 재고가 제조·건설 조업 지연으로 사상 최대 수준으로 늘면서 제품 가격을 끌어내리고 있는 점도 부담을 더하고 있다. 중국의 철강제품 유통 재고는 지난 2월말 기준 2,379만t에서 3월 2,535만t으로 늘었다. 중국 철강사들은 재고를 털어내기 위해 가격을 낮춰 수출에 나서고 있다. 방민진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코로나19 때문에 중국에서 철강 재고가 급증하면서 세계 철강 유통가격에 부담을 주고 있다”며 “중국 철강회사 및 유통회사의 재고가 소진되기 전까지 철강 가격은 계속 떨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철강사들은 이에 쇳물 원료인 고철(스크랩) 수입 비중까지 줄이며 혹독한 원가 절감에 나서고 있다. 포스코는 스크랩 구매를 중단했다. 제강공정에 스크랩을 투입하는 대신 용광로에서 생산되는 쇳물을 원료로 활용해 제조원가를 낮춘다는 계획이다. 현대제철도 스크랩 투입을 줄여 생산량을 줄이고 있다. 현대제철은 전기로 열연박판 가동 중단도 염두에 두고 있다.
/한동희기자 dwis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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