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글로벌 생산·소비가 줄고 이동의 자유마저 제약을 입으면서 자유무역이 최대 위기를 맞고 있다. 각국이 코로나19 사태로 보호무역주의를 심화하자 세계무역기구(WTO)는 지난 1930년대 대공황 이후 최악의 무역 축소를 경고하고 나섰다. 통상 전문가들은 코로나19 이후 서비스업 활성화를 수출 증대로 연결시키고 ‘방역 모범국’ 타이틀을 제조업 강화의 기회로 활용해 투자와 무역을 확대해 나가야 한다고 조언했다.
미국 외교전문지 포린폴리시는 “코로나19 사태로 불거진 경제불안이 전 세계로 확산 중인 보호무역주의를 심화시킬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는 이미 국방물자 생산법을 발효해 제조업 자급도를 높이고 해외 수입을 줄이고 있으며 유럽연합(EU)도 의료 물자 수출 통제 등에 나섰다. 데버라 엘름스 아시아무역센터 이사는 “긴급 의료물자 외에도 식량 및 생필품 분야로 자국 우선주의가 파급될 수 있다”며 “코로나19 사태 진정 후에도 나라마다 주력산업에 대한 보호주의 정책이 강화될 개연성이 존재한다”고 짚었다.
WTO도 이달 들어 코로나19 확산이 이어지면서 미국 등 북미 지역은 올해 수출이 최대 41% 급감하는 등 무역 위축세가 전 세계를 강타할 것으로 내다봤다. WTO는 코로나19의 낙관적 시나리오에서도 올해 세계 무역이 13% 감소할 것으로 분석했다. 미중 무역전쟁에도 지난해 상품 무역은 0.1% 감소하는 데 그쳐 코로나19의 무역 피해가 얼마나 심각한지 짐작할 수 있다. 특히 WTO는 코로나19 피해가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되는 비관적 시나리오에서는 글로벌 무역이 3분의1가량 급감해 대공황급 위기를 초래할 것으로 우려했다.
블룸버그통신은 “낙관적 시나리오도 상품무역과 세계 경제 성장률이 각각 12%, 2% 감소한 2009년 세계 금융위기 때보다 더 나쁘다”며 “비관적 시나리오가 현실이 된다면 대공황 이후 세계 무역의 가장 급격한 하락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호베르투 아제베두 WTO 사무총장은 “질병 외에도 무역과 생산의 피할 수 없는 감소로 가계와 기업이 고통을 겪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실제 세계 최대 수출국인 중국의 1·4분기 수출이 13.3% 감소했으며 최근 코로나19 피해가 확산 중인 일본의 3월 수출은 11.7% 줄었다. 우리나라는 올 3월 수출이 0.2% 감소에 그치며 선방했지만 이달 들어 20일까지 수출이 27%가량 줄면서 2·4분기 수출 실적에 경고등이 켜진 상황이다.
경제의 수출 의존도가 높은 한국은 보호무역의 파고를 넘을 돌파구가 절실한 가운데 전문가들은 서비스업과 제조업을 동시에 강화하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우선 “한국이 코로나19 방역에 성공했다”는 해외의 평가를 투자 유치와 제조업 강화로 연결시킬 수 있다는 기대가 나온다. 코로나19로 안정적 방역 등 투명한 국가 시스템이 투자와 교역 상대국에 한층 중요해졌기 때문이다. 서진교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외국인 투자시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민주적인 국가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질 것”이라며 “글로벌 기업들이 공급망을 재편할 때 한국이 유지한 고지를 점하게 됐다”고 말했다. 마스크·손소독제·인공호흡기 등 기본 방역제품과 생필품 등의 제조 능력을 갖추고 있는 한국 산업의 힘도 해외에서 재평가될 것으로 예측됐다.
아울러 자유무역의 위기 속에 내수 확대의 중요성이 부각돼 지지부진한 서비스업 육성의 기회가 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강인수 숙명여대 경제학부 교수는 “코로나19로 서비스업이 가장 큰 타격을 입었는데 향후 원격의료·교육 등 서비스업의 변화가 가장 클 것”이라며 “서비스업 경쟁력을 강화해 수출 증대로 이어질 수 있게 해야 한다”고 주문했다./백주연·박경훈기자 nice89@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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