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창이 없는 온라인 쇼핑 플랫폼.’
롯데그룹이 3조원을 투자한 신동빈 회장의 야심작이자 롯데 유통사업의 미래 먹거리로 꼽히는 온라인 쇼핑 플랫폼 ‘롯데온(ON)’이 28일 공식 출범한다. 지난 2018년 롯데e커머스 사업본부를 신설한 지 2년 만으로, 롯데그룹은 롯데온을 통해 2023년까지 온라인 거래액(매출)을 20조원으로 끌어올린다는 방침이다.
롯데온은 검색을 하지 않아도 고객 개개인이 원하는 정보를 알아서 제공하는 ‘초개인화’ 서비스를 표방한다. 이를 위해 수년 간 축적한 방대한 구매 데이터와 독보적인 오프라인 점포망을 활용하는 것은 물론 오픈마켓 방식을 도입해 덩치를 키웠다. 포화상태에 진입한 이커머스 시장에 뒤늦게 나선 만큼 경쟁사들이 범접할 수 없는 규모로 승부를 보겠다는 전략이다.
조영제 롯데쇼핑 e커머스사업부 대표는 27일 기자간담회에서 “한국 이커머스 최초로 온·오프라인 데이터를 통합한 데이터 플랫폼 커머스를 새롭게 선보인다”고 말하며 롯데온의 공식 출범을 선언했다. 롯데온은 롯데백화점, 롯데마트, 롯데닷컴, 롯데슈퍼, 롯데홈쇼핑 등 롯데의 7개 유통계열사의 온·오프라인 데이터를 통합한 온라인 쇼핑 플랫폼이다.
◇개인에 집중한 ‘이커머스판 넷플릭스’=롯데온의 가장 큰 특징은 개인 맞춤형 서비스다. 롯데 멤버스 회원 3,900만명의 구매 빅데이터를 인공지능(AI)으로 분석하고 상품 속성을 400여가지로 세분화해 고객의 취향을 더 정교하게 파악해 상품을 추천한다. 예를 들어 고객이 롯데백화점에서 수영복을, 롯데마트에서 선크림을 샀다면 롯데온에서는 물놀이용품 등을 추천해주는 식이다. 조 대표는 “모두가 아닌 한 명의 개인에 맞춘 서비스 제공을 위해 유통사가 아닌 ‘넷플릭스’를 심도있게 연구했다”며 “개인의 취향을 분석해 콘텐츠를 추천해주는 넷플릭스처럼 고객이 원하는 것을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롯데온의 화면은 개인의 특성을 고려해 구성된다. 평소 관심이 있었던 상품과 서비스 위주로 보여주는 ‘내관심’ 매장이 대표적이다. 특정 브랜드를 선호매장을 등록하면 고객의 취향에 맞는 상품과 행사를 수시로 노출한다. 단골 매장의 혜택을 알려주는 ‘매장ON’ 서비스도 있다. 가령 롯데마트를 방문하면 현장에서 사용할 수 있는 할인 바코드가 나타나는 식이다.
◇오픈마켓 도입…취급 품목 2,000만개=롯데온은 롯데 계열사뿐만 아니라 여러 판매자가 자유롭게 입점하는 오픈마켓 방식을 도입했다. 계열사 물건만 팔 때보다 손쉽게 상품 구색을 늘릴 수 있어 판매액 확대와 소비자 대량 유입을 이끌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롯데온의 취급 품목은 기존 롯데닷컴의 340만개보다 6배 더 많은 2,000만개에 달한다. 대신 롯데온은 판매자의 상품과 서비스를 평가하는 ‘온픽’ 지수를 통해 신뢰도가 낮은 판매자를 걸려내 오픈마켓의 단점을 극복한다는 방침이다.
아울러 롯데온은 최저가가 아닌 최적가를 제시하는 방법으로 출혈경쟁을 피하겠다고 밝혔다. 그 대안으로 개발 중인 시스템은 ‘다이나믹 프라이싱’. 예를 들어 야구 경기의 경우 상대 팀이나 당일 날씨에 따라 변화된 가격을 적용해 판매하는 방식이다. 조 대표는 “가격을 싸게 해서 매출을 올리는 방식은 비효율적”이라며 “적절한 가격 제시에 초점을 맞춰 불필요한 출혈경쟁을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물류 통합 한계, 이커머스 1위 가능할까=롯데온은 1만5,000여개 오프라인 매장을 물류 거점으로 활용해 4가지 방식의 차별화된 배송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다. 우선 롯데마트와 손잡고 ‘바로배송’ 서비스를 선보인다. 롯데슈퍼 프레시 센터와 손잡고 새벽배송 서비스도 제공한다. 다만 아직 물류 기능을 강화한 풀필먼트 스토어의 한계로 해당 배송 서비스를 활용할 수 있는 지역에 제약이 있다는 점은 약점으로 꼽힌다. 계열사 간 물류체계 통합이 이뤄지지 않은 점도 숙제다. 롯데쇼핑 측은 “롯데마트 매장의 리뉴얼을 통해 풀필먼트화를 가속화할 예정”이라며 “계열사 간 경계를 없앤 통합 물류 서비스도 구축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배송지역 확대나 주력 장르 등 차별화 포인트가 부족하다는 점이 약점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실제 경쟁자인 쿠팡과 SSG닷컴 등은 온라인 쇼핑의 핵심인 배송 지역 확대와 품목 확대를 위해 추가로 대규모 물류 센터 건립을 추진하는 등 공격적인 투자에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조 대표는 “식품을 비롯한 전 계열사가 우수한 사업을 진행하고 있어 주력 장르가 하나일 필요가 없다”며 “오프라인 점포를 활용하면 경쟁사가 가장 많이 쓰는 비용인 물류비용을 최소화할 수 있어 이익구조를 개선할 수 있다”고 자신했다.
/박민주기자 parkmj@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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